최상의 음악 들려주려는 지휘자-협연자 배려 인상적

이날 연주는 570년 오케스트라 역사를 그대로 보여줬다. 연주자와 명기(名器)는 한 몸이 돼 기품있는 소리를 뿜어냈고 지휘자는 그 소리를 세심하게 모아 관객에게 전달했다.

지난 11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 위드(with) 선우예권 공연이 열렸다. 서울·대전에 이어 세 번째 무대였다.

이날 지휘는 덴마크 출신 토마스 손더가드가 맡았다. 현재 로열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 수석 게스트 지휘자로 이날 90여 명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카를 닐센의 '헬리오스 서곡 Op.17'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다단조 Op.18',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라벨 버전)이 차례로 연주됐다.

헬리오스(Helios)는 그리스 신화 속 태양신 이름으로 덴마크 출신 닐센이 에게해의 태양에 감명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첫 번째 곡은 오케스트라가 관객에게 건네는 가벼운 목례 같았다. '우리가 덴마크에서 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점차 드러내기 시작했다.

▲ 지난 11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 위드(with) 선우예권 공연 모습. /경남문화예술회관
▲ 지난 11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 위드(with) 선우예권 공연 모습. /경남문화예술회관

두 번째 곡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했다. 선우예권은 '콩쿠르 킹'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유수 콩쿠르를 휩쓸었다. 그의 연주는 안정적이었다. 객석에서 연주 전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제1악장과 2악장 사이 박수가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고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이 선우예권다웠다.

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피아노 소리가 약간 묻혔는데 이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사이가 가까워서였다. 이날 지휘자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 컨디션을 보고 오케스트라 소리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자 오케스트라를 무대 앞쪽으로 배치했다. 그렇다보니 피아노 소리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못했다.

절정은 마지막 세 번째 곡이었다.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라벨 버전)이었다. 무소륵스키가 죽은 친구의 추모 전람회에서 감명을 받아 작곡한 곡인데 회화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10개의 그림과 10개의 소품곡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30여 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듯했다.

관객의 힘찬 박수에 앙코르곡 2곡이 이어졌다. 지휘자 토마스 손더가드는 협연자인 선우예권과 눈을 마주치면서 호흡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현악기 분야에서 세계 3대 명기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와 같은 악기의 진가도 확인했다. 공연 관계자 말에 따르면 연주자들 악기가 1000억 원이 넘는다.

음악애호가 유근종 씨는 "라벨이 편곡한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은 평생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최고의 무대였다"며 "토마스 손더가드의 지휘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곡에 충실했고 앙코르곡은 덴마크 작곡가 곡을 덴마크 연주자들이 들려주니 더 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에 푹 빠진 관객도 있었다. 김유정·이은아 씨는 "완벽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악기 하나하나가 돋보이며 하나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하모니'라는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천 남양중학교(경남형 혁신학교 행복학교)는 버스 3대를 대절해 학생·교사 100여 명이 공연장을 찾았다. 손태준 교장은 "평소 아이들이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없어 이번 음악회에 같이 오게 됐다"며 "여기 오기 전 음악 선생님이 클래식 공연 관람 예절을 가르치고 곡에 대한 설명을 해줘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20분 쉬는 시간(인터미션)에 로비에 있는 피아노를 직접 쳐보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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