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미국도 노동이자 직업으로 정의
생활안정과 생존권 보장해야 한다 여겨

미국예술연합(AFA·Americans for the Arts)은 매년 미국의 최고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에 대한 의견 수렴을 통해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10가지 이유(Top ten reasons to support the Arts)'를 발표한다.

지난 2012년에 발표된 내용은 당시 우리나라 대학의 논술고사에 출제되기도 했다.

이 10가지 이유는 예술을 사회 발전의 근간으로 보았고, 예술이 품격을 높이며, 감동을 주고,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통해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다. 예술 교육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며,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예술은 소중한 관광 자원이며, 수출 전략사업이고, 창의적 인재 양성, 육체·정신적 건강에 이로우며, 예술이 공동체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예술은 창조산업의 근간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 10가지 이유가 미국인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키고자 하는지 그 비전을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6~7년이 흐르고 2019년에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10가지 이유가 다시 발표됐다.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사회를 단결시키며, 학문적인 성과를 높여주고, 사회경제에 기여하고, 사회변화에도 기여한다고 했다. 또 관광 및 지역산업 활성화, 창의성 제고, 창조산업 조성, 건강증진 능력, 예술이 전쟁으로부터 겪은 정신·육체·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군인의 건강 및 삶의 질을 제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그 타당성을 자세히 제시하면서 예술 자체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리고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나 지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던 앤드 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 분석자료를 보면 미국 문화산업은 90만여 사업체에서 330만 명을 고용했다. 이는 전체 산업체 수의 4.3%와 총고용의 2.2%에 해당했다.

2017년도 조사에는 67만 3656개의 사업이 예술 창작·유통과 관련 있으며, 전체 사업의 4%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예술이라는 행위, 활동이라는 것이 하나의 노동 형태로 정의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예술이라는 행위, 활동을 정의하고 세분화하는 것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회피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국가가 주도하는 예술지원이 강한 편이고, 미국은 시장이 주도하는 예술 발전이 강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지원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물론 우리도 예술 활동을 진흥한다는 위원회도 있고 문화기본법을 비롯한 문화 3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지원은 여전히 잉여적 가치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어쩌면 예술의 미학적 가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의 노동과는 대항적 위치에 놓여야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술도 예술이기 이전에 노동이다. 예술적 가치이기 이전에 직업이며, 직업은 생활 안정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예술 노동도 이 기본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소외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예술창작과 활동은 이런 까닭에서도 지원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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