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에 시작한 역도, 첫 대회서 용상 1등을 했어요
또래 운동부 친구와 훈련하며 서로 응원해 큰 힘
운동하는 학생 격려하는 체육교사가 제 꿈이에요

김해 영운중 뒤편 '체육영재교실'이라는 간판이 붙은 역도장. 9일 이곳에서는 선수 예닐곱 명이 역기를 들었다 놨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역도장 안은 땀 흘리는 선수 덕에 훈기가 도는 듯했다. 남학생들은 윗옷을 아예 다 벗고 있었다. 운동하는 학생 대부분 반팔, 반바지 차림이다. 겨울 코트를 입고, 목도리까지 친친 감고 인터뷰에 나선 기자와 대조적이었다. 그곳에서 짧은 머리에 다부진 인상을 가진 이지원(14·여) 학생을 만났다. 역도 유망주다. 밝고 씩씩한 그에게 역도와 꿈에 대해서 물었다.

▲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지원 김해 영운중학교 역도선수. /김구연 기자 sajin@
▲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지원 김해 영운중학교 역도선수. /김구연 기자 sajin@

◇될성부른 떡잎 = 지원 학생은 초등학생일 때부터 운동을 하자는 제의를 꾸준히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초등부 역도 대회에 나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친구들 6명 정도가 테스트를 받은 후 4명이 뽑혀서 종합체육대회에 출전했는데요. 그때 인상을 잘 못해서 메달은 못 땄는데, 용상은 1등 했어요."

인상은 바벨을 지면으로부터 두 팔을 곧장 뻗은 상태까지 들어 올리고 그 상태에서 무릎을 곧게 뻗어 일어나는 경기다. 용상은 바벨을 가슴 위로 올렸다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1주일에 3번씩 한 달 정도 연습해서 대회에 출전했는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지원 학생은 육상, 유도 종목도 권유받았었다. 여러 개 제안받은 종목 중 왜 역도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제가 빠르긴 한데, 전국대회에 나가보니 다른 애들보다 느렸어요. (웃음) 유도는 제의를 받았지만, 제가 체력이 안 좋아서 안 갔고요. 역도는 왠지 하고 싶었어요. 끈기가 부족해서 계속 하나를 하는 게 어려웠는데요. 역도는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역도가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역도 선수로 꿈을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어머니가 반대했다. 몸에 근육이 많이 생겨서 우락부락해지지 않을까, 다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반년 정도 조른 끝에 역도부에 들 수 있었다.

▲ 연습 중인 이지원 학생. 해진 무릎붕대에서 반복된 훈련의 흔적이 느껴진다. /김구연 기자 sajin@
▲ 연습 중인 이지원 학생. 해진 무릎붕대에서 반복된 훈련의 흔적이 느껴진다. /김구연 기자 sajin@

◇또래 친구와 함께하는 운동 = 성격이 밝고 쾌활한 지원 학생은 1학년 때는 반장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반장을 맡았다. 하지만, 운동과 반장 일을 다 잘 해내려고 하다 보니, 어느 하나가 소홀해질 것만 같아서 올해 2학년부터는 운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역도장에서 운동하는 중학생 7명 중 5명이 여학생이다. 이 때문에 같은 운동부 여학생들끼리 서로 많이 독려한다고 했다. 아침 등교시간 10분 전인 8시 20분에 역도장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어서 단체 채팅방에 올린다. 그는 "운동선수니까 솔선수범해서 시간 약속을 잘 지키자는 뜻으로 하는 거다. 역도장에 와서 단체 인증 샷을 찍는다. 운동 때문에 수업에 빠지면 듣는 대체 수업 강의를 듣는 것도 찍어서 올리고, 밥 먹는 것도 하나하나 단체 톡에 다 올려서 공유한다"고 했다.

쉬는 날에는 여학생 5명이 목욕탕도 같이 가고, 체력 보충을 위해 고기를 먹으러 함께 다닌다고 했다. 단체 채팅방에 인증 샷을 찍어 올리는 일을 할 때 늦거나,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 벌금을 낸 것을 모아서 그렇게 사용한다고 했다.

◇체급 늘려 실력 향상 = 지원 학생은 체급을 키워가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중학교 초반에는 키 165㎝에 몸무게 53㎏이었지만, 지금은 168㎝에 64㎏ 체급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제20회 전국중등부 역도경기대회 여자부 58㎏급 용상 3위, 합계 3위, 제4회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 1학년 여자부 58㎏급 인상 3위, 용상 3위, 합계 3위 등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제78회 문곡 서상천배 역도경기대회 64㎏ 체급에서 인상 1위, 용상 1위, 합계 1위를 했다. 차츰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 오늘은 무게를 얼마나 들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를 노트에 기록하는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
▲ 오늘은 무게를 얼마나 들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를 노트에 기록하는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

◇체육 교사 꿈 = 15㎏ 빈 봉을 들고, 차츰 원판 무게를 늘려가며 연습을 한다. 원판 45㎏, 55㎏, 65㎏ 등을 용상, 인상 형태로 든다. 오늘 무게를 얼마나 들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를 노트에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긴다. 목요일, 일요일 이틀 쉬는 날을 빼고는 매일 하는 일이다.

지원 학생은 "대회를 나가면 많은 사람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기록이 늘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 1학년 때 출전한 대회에서 평소 연습 때는 들어지지 않던 용상 80㎏이 들어졌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했다.

무거운 원판을 들다 보니, 허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꿈을 향해 정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 역도를 하면서 체육선생님을 꿈으로 가지게 됐다. 사범대학에 가서 대학생활을 꼭 하고 싶다. 농구 선수로 활약하다 학교 체육 선생님이 된 분이 우리 감독님이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 운동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싶다"며 뚜렷한 꿈을 밝혔다.

조혜정 영운중 역도 코치는 "지원이는 무대에 올라가서 춤을 잘 출 정도로 활발한 학생이다. 체중을 불리면서 보강하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보일 것 같다. 용상은 목에서 위로 만세하는 저크(jerk) 동작을 잘하고, 인상은 자세가 좋다"고 칭찬했다.

지원 학생은 내년까지 인상 75㎏, 용상 95㎏ 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무릎 붕대가 해질 정도로 기술과 노력을 더해 목표치와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84-9093-07(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11월 25일 자 드림스타 26편 정우 합천 가회중학교 학생에게 후원금 502만 2000원(BNK경남은행 500만 원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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