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37만 가구 '비주택'
19.7% 거처 내 범죄피해 경험
열악한 환경에 화재 특히 취약

이 모 씨처럼 여인숙, 찜질방 등 '집이 아닌 집'에 거처하는 이들을 비주택 거주자라고 한다.

비주택이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주택이라고 볼 수 없는 곳을 말한다. 여인숙,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판잣집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두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건축물로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보통 어둡고 습하며 좁은 데다 위생상태도 미흡하다. 대개 기초생활급여 수급자, 일용직 노동자, 근로능력이 없어 쉬는 사람들이 산다.

이들이 비주택으로 몰리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당장 보증금으로 낼 만한 목돈이 없어서 주택이 아닌 곳에 살 수밖에 없다.

비주택은 가장 가난한 사람, 정말 돈이 없는 사람들이 거처하는 최후의 주거지다.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비주택은 '가난의 종착지'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주택 거주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 조사 결과 2016년 기준 주택이 아닌 거처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수도권 19만 가구, 지역 18만 가구로 총 37만 가구로 추정됐다. 2005년 5만 4000가구에 비해 약 7배 급증한 것이다.

37만 가구 중 고시원 거주자가 15만 2000가구(41.0%)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고시원 외 거주지는 일터의 일부 공간과 다중이용업소가 14만 4000가구(39.0%), 숙박업소의 객실은 3만 가구(8.2%), 판잣집·비닐하우스 7000가구(1.8%) 등으로 분석된다.

경남에도 여인숙, 컨테이너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비주택 거주자는 명확한 주소지가 없는 경우가 많아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도처가 거주지인 셈이라 제대로 실태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전수조사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시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역은 모텔·여관·여인숙 등 일반숙박업소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통계로 잡히지 않는 이들의 삶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 중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12만 3000가구(40.7%)다. 또 최저주거기준(1인 기준 14㎡)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은 절반인 49.2%에 달했다. 현재 거처를 '쪽방'으로 인식하는 가구의 비율은 20.1%(7만 가구)였다.

더 큰 문제는 낡고 취약한 비주택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도시연구소가 함께 펴낸 '비주택 주거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고시원 등 현재 거처에서 범죄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비주택 거주자 비율은 19.7%에 달했다.

또 주거생활의 어려움을 꼽으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42.3%), 열악한 시설(40.6%), 외로움과 고립감(27.8%), 주거비 부담(26.5%)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비주택은 화재에 취약하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에서 발생했던 국일고시원 화재참사는 우리나라 비주택거주 문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대로 된 주거권을 갖지 못한 비주택 거주자들은 인권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인권이사회 적정주거특별보고관은 "정부가 주거권을 인권으로 인식하여 국가적인 주거 복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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