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무시하는 행동 등 얼굴 화끈한 지적에 '긁적'

제20회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 응모작 중에서 아이들의 솔직함이 잘 담긴 글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른들 때문에 피곤한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1회처럼 학교와 이름은 넣지 않습니다.

먼저 낚시 좋아하는 아빠들이 뜨끔할지도 모를 글부터 읽어볼까요.

"우리 아빠는 낚시를 잘하고 낚시하는 거를 좋아해요. 저번에는 엄마랑 같이 낚시를 가는데 아빠 혼자 문어를 6마리 잡아서 그때부터 아빠가 낚시에 꽂혀서 자꾸 쉬는 날만 되면 매일매일 낚시를 가자고 자꾸 꼬셔요. '부산 가는데 근처에 깡통시장 있는 데 가자'라고 꼬셔요. 저번에는 한글날에 낚시 가자는데 너무 지겨워졌어요. 나는 집에서 쉬고 싶어요. 아빠의 낚시 때문에 내가 너무 피곤해요. 누가 우리 아빠 좀 말려줘요!!" (3학년 '피곤한 낚시')

어찌 보면 아빠가 아이 같고, 아이가 어른 같죠? 아빠가 낚시에 빠지게 된 이유, 낚시에 데려가려고 만든 핑계까지 아이는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가 좋아하는 곳도 데려가 주면 좋겠네요.

다음 두 글은 서로 완전 반대입니다. 한 아이는 너무 많이 먹어서, 다른 아이는 너무 못 먹어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형아랑 나는 키가 작아서 고기를 많이 먹는다. 아침에는 엄마가 고기를 주고 점심때는 이모가 고기를 주고 저녁에도 고기를 먹고 외식을 할 때도 고기를 먹는다. 너무 지겹다. 그리고 쇠고깃국을 줄 때도 국물은 많이 없고 고기만 준다. 고기는 좀 그만 먹고 싶다. 고기만 먹어도 키가 커질까?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크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 인제 고기만 보면 저리 가라고 하고 싶다." (1학년 '고기 저리가')

"나는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을 하는 사람들처럼 실컷 먹으면 좋겠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스트레스가 풀리고 행복하다. 나처럼 먹방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마음이 잘 통할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살이 더 찌면 건강을 해치고 여자 친구도 못 사귄다고 언제나 많이 먹지 말라고 하신다. 그래서 무엇인가 먹고 싶을 때는 먹방을 보며 먹는 상상을 한다." (3학년 '먹방을 보며' 중에서)

첫 번째 글에서 쇠고깃국을 줄 때도 국물은 없고 고기만 준다는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모두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네요. 그런데 다음 글들에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합니다.

"나보고 공부해라 독서록 쓰라 하고는/ 엄마는 휴대폰 하고// 나보고 동생하고 놀아줘라 하면서/ 엄마는 잠자고// 나보고는 TV 보지 말라면서/ 엄마는 밥 먹으면서 TV보고// 엄마는 내가 하기 싫은 일만 시키고/ 하고 싶은 일은 혼자만 다 한다" (3학년 '엄마만 왜 해!')

"아빠가 모임을 가서 한밤을 자고 온다고 했다. 이제 부모님이 엄마밖에 안 남았다. 엄마는 화를 많이 내기 때문에 이놈 할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엄마의 눈치를 피해 다니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또 엄마가 이놈 했다. 동생이 사고를 쳤는데 나를 혼냈다. 엄마가 너무해졌다. 이제 엄마가 폰을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1분도 안 돼서 휴대폰을 끄라고 했다. 겨우 11개의 숙제를 다해서 한 건데. 아빠가 빨리 일을 마치고 집에 왔으면 좋겠다." (1학년 '아빠 없이 주말 보내기')

'겨우 11개의 숙제를 다해서 한 건데'란 대목에서 속상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물론 여기 나오는 엄마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이렇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어느 정의롭고 용감한 1학년 아이의 글입니다. 어른인 게 정말 부끄러워지는 내용입니다.

"학교 마치고 학교 앞 신호등을 건너는데 어떤 아저씨가 무단횡단을 했다. 그런데 나는 무단 횡단 아저씨를 다음날에도 보고 다다음 날에도 무단횡단을 하였다. 나는 이 아저씨를 보고 있으면 마음에 병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왜 무단횡단 하세요! "그랬더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빤히 아저씨를 보았다. 아저씨는 바로 도망을 가버렸다. 무단횡단 아저씨는 비겁하다. - 해피엔딩-"(1학년 '무단횡단')

마지막에 쓴 해피엔딩이란 말이 귀여운 포인트입니다. 다음 마지막 회에는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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