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의회 주도권 못 잡는 다수 정당
색깔 다른 인물 뒤섞여 예견된 파열음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확히는 진주시의회 내 범민주당 세력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면 타당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진주시의회의 정당별 구성은 한국당 10명, 민주당 9명, 민중당 1명, 무소속 1명 등으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었다. 다만 무소속·민중당 소속 의원들이 민주당과 협조하면서 범민주당 세력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여기에 무소속 의원 1명이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자유한국당과 나란히 10석을 차지했다. 10-10-1의 구도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민중당 의원이 그동안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면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아 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10석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장선거에서 당내 이탈표가 나와 한국당에 의장을 내줘 도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당내에서도 구심점이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 3차 추경에서 통과된 '도시형 교통모델' 사업 예산 통과과정을 보면서 기대감이 무참히 깨졌다. 이 예산은 2회 추경 때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부결됐다가 본회의장에서 한국당이 수정안을 내고 부활을 꾀했지만 부결됐다. 민주당과 민중당 의원 모두 삭감에 동의했기에 가능했다. 3회 추경 때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부활했고, 이번에는 민주당이 본회의장에서 수정안을 냈지만 당내에서 기권표(이상영 의원)가 나와 예산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상영 의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례대로라면 예결위는 민주당 의원이 한국당 의원보다 많이 배정돼야 하는데 이상영 의원이 '부의장이라 들어가지 않겠다'며 양보해 그 자리를 한국당 의원이 대신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예결위에서 숫자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의원은 추경 수정안을 낼 때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열음의 조짐을 보였다.

이상영 의원의 행동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도당 등에 사실을 보고해 징계를 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어찌 됐든 다음 의장 선거 때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의원은 이미 민주당이 수적 열세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내치지 못할 것이라는 아픈 현실을 꿰뚫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상영 의원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딜레마는 태생적인 한계에 기인한다. 지난해 지방선거 공천 당시 몇몇 지역구는 색깔을(?) 막론하고 공천을 신청하면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몇몇 공천을 받아 '어쩌다 배지'를 달았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수박'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속은 빨간 한국당인데 겉은 파란 민주당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의 영이 설 리가 없다. 갈 길은 멀고 짐은 많은데 수레바퀴가 위태로운 형국을 민주당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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