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울림과 반향이 강력하다. 출산·육아와 가사 때문에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 사회적으로 유리되면서 급기야는 자아분열까지 겪는 한 여성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공명을 일으키며 널리 퍼지는 중이다.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생애주기로 보면 M자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을 전적으로 여성 개인의 몫으로 미루는 사회구조 탓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일정 시기 육아와 돌봄, 가사라는 노동을 도맡아 하고 있으나 다만 사회적으로는 경제활동으로 취급되지 않을 뿐이다. 사회와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으나 경제활동의 영역이 아니라 하여 '경력단절'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수많은 김지영들이 돌봄과 육아, 교육 노동을 그 어떤 직장생활보다 열성과 헌신을 바쳐가며 수행하고 있으니 그 경력을 인정하는 용어로 바꿔야 마땅하다.

'경력단절 여성'이란 용어가 쓰이게 된 배경은 경제 위기와 고용 위기에 부닥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에 근거한다. 출산·육아와 가사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하위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란 뜻이다.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혹은 새로 찾아 재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를 경력단절 여성이라고 범주화하다 보면 규정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경력단절의 주원인을 출산이냐 육아냐를 놓고 따지고 있으나, 실은 여성 노동의 낮은 임금이나 성취 기회의 협소함이 훨씬 더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0대 김지영과 20·30대 김지영의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 40대들이 어쩔 수 없이 자기 일을 버리고 가족에게 몰두했다면 20·30대는 가족을 구성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달리하고 있다. 일을 지키려다 보면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비혼과 만혼, 저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내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률이 조금 높아졌다고 반가워할 계제가 아니다. 곧 인구감소시대로 접어든다.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을 해소하는 고용구조 전환과 유연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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