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지인이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 며칠 자원봉사를 하였다. 환우들을 대하면서 부끄럽지만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게 속 좁은 편견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행이 불편한 환우는 손을 잡아 주고,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환우에게는 일일이 밥숟가락에 반찬을 올려 주거나 생선 가시를 발라 입에 넣어 주면 일그러진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흐르곤 했다.

이렇듯 조그마한 배려에도 무척 좋아하는 이들은 장애가 있을 뿐 하나같이 영혼이 맑았다. 세속에 영혼이 찌든 우리에게는 교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환우들은 슬쩍 스치면서 내 손에 사탕 한두 알을 쥐여주면서 하회탈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환우 중에 20대 중반 남성은 훤칠한 외모와 건장한 체격에 어린아이 지능을 지닌 천진난만한 청년이다. 볼을 비비고 안아 주며 친손자처럼 귀여워하니 아예 어눌한 말투로 "할아버지"라 부르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몇 해 전, 장애인 특수학교와 재활센터 건립을 위해 장애우 엄마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 일이 있었다. 장애인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 원인이었다. 이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장애우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교육 차별은 결국 이들을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되고 소외되게 만든다.

선진사회는 높은 빌딩,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가 있는 사회가 아니다. 내 옆에 장애우들이 오는 것을 거부하기보다 내 곁을 열고, 그들이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 바깥세상에서 함께 어울려 활동하며 서로 섬기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진정으로 장애우들을 위한다면 그들이 행복할 수 있게 나 자신부터 양보와 겸손을,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를 몸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무릎 꿇고 눈물 흘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인식과 태도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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