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통과 후폭풍
한국, 필리버스터 카드 만지작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 취소

정치권이 다시 '강 대 강' 극한 대치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10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주도한 2020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에 자유한국당은 농성과 규탄대회 등을 통해 맹비난을 이어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연 '예산안 날치기 규탄대회'에서 "이것은 명백한 의회쿠데타이자 의회독재"라며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에 분명히 대응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무한대 지연 전술을 돌파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국회선진화법 이후 정기국회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합의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당은 시종일관 처리 지연에만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관심은 예산안보다 더 첨예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향배다. 한국당은 이들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검토하고 있어 최악에는 내년 1월 초까지 국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세금도둑 민주당, 예산날치기 문희상"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11일 예정됐던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는 취소됐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때 의결 못한 예산부수법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이날 상정하려고 했으나, 쟁점 법안의 협상 추이와 여지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예산안은 탄탄한 공조로 한국당 저항을 무력화한 4+1이지만, 선거제도 개편은 여전히 이견이 적지 않은 상태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호남지역 의원 반대가 심해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한 '250 대 50' 수준으로 모이는 분위기나, 연동률 적용 규모와 방식, 석패율제 도입 여부와 방식 등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25석은 기존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반면, 나머지 소수정당들은 그 경우 정당득표율과 의석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는 전국 단위 시행을 주장하는 소수정당과 그 경우 현역 의원 기득권이 강화된다며 원안대로 권역별로 하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민주당이 맞서고 있다.

또 다른 중대 변수는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한국당이 참여할지 여부다. 예산안 처리 관련 갈등만 보면 정면충돌밖에 안 남은 것 같으나, 일단 겉으로는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협상 의지를 비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에서 "지연전술을 펴더라도 대화의 문을 닫아걸지는 않겠다"며 "법안 통과의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여당과 군소정당이 합쳐서 선거법·공수처법 등 좌파 독재 법안을 통과시키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협상한다는 말만 하고 또 거짓말하는 것 아닌지 걱정되지만 어찌 됐든 우리도 협상은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소수정당 입장에서 한국당의 등장이 물론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선거법 등이 더욱 거대정당 이해 중심으로 논의되거나 쟁점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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