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바탕 세심한 지도
선수 영입 안목도 탁월

"성적에 대해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아요. 그 부담을 당연한 듯 안고 하는 게 감독이니까요."

임용훈(50·경남카누연맹 전무이사) 경남도체육회 카누팀 감독이 밝힌 속내는 그가 왜 '25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성적 스트레스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 속에서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 임 감독의 이런 헌신 덕분에 경남 카누는 오늘날 '전국 최강' 면모를 뽐내게 됐다.

▲ 임용훈 경남도체육회 카누팀 감독. /이창언 기자
▲ 임용훈 경남도체육회 카누팀 감독. /이창언 기자

올해 경남 카누는 카누 역사를 새로 썼다. 100회 전국체전에서 경남도체육회는 여자일반부 이순자·김국주·전유라·이나래의 고른 활약으로 금 2개, 은 1개를 획득했다. 특히 카누 간판 김국주는 K-1 200m 종목에서 대회 7연패 금자탑을 쌓았고 K-4 500m는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카누 상황을 고려할 때, 매년 좋은 성적을 내는 경남도체육회 선수들은 타 시·도 체육회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김국주·이순자를 향한 유혹의 손길은 더 뻗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게 임 감독의 지도력이다.

"다른 팀에서 우리 선수들을 빼가려고 난리죠. 선수 처지에서는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마음이 옮기는 게 당연한 거고요. 그런 선수들을 잡는 게 지도자 몫이잖아요. 평소 선수들과 신뢰를 쌓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사소한 약속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죠. 이 과정에서 아내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해요. 월산중학교 카누부에서 8년간 지도자 생활을 해 온 아내가 조언을 많이 해주죠. 성별이 달라 놓치기 쉬운 부분부터 다른 섬세한 지점까지, 여자일반부 선수로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임 감독의 이런 소통은 우리 팀 선수만을 향하진 않는다. 카누 선배로서, 우리나라 카누 발전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다른 팀 선수에게도 정겨운 말 한마디씩 자주 하는 그다.

"대한카누연맹 경기력 향상 위원장을 몇 년 한 적이 있어요. 청소년 대표팀부터 상비군까지 선수 인프라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지금도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만나면 어깨를 툭 치면서 '이 동작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말을 걸어요. 물론 담당 지도자와 반드시 상의를 먼저 해 보라는 당부도 하고요. 훗날 그 선수 중 누군가는 경남도체육회에서 뛸지도 모르잖아요. 미리미리 스카우트를 하는 셈이죠."

▲ 100회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K-4 500m에서 우승한 경남체육회 카누팀 선수들. /경남도민일보 DB
▲ 100회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K-4 500m에서 우승한 경남체육회 카누팀 선수들. /경남도민일보 DB

그 사이 임 감독은 자신만의 스카우트 철칙도 세웠다. '자신이 뽑은 선수에게 먼저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 '상대 선수를 볼 땐 조법을 가장 우선해 본다' 등이 한 예다. 여기에 자세든, 정신이든 조금만 손보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감독의 눈'을 덧붙여 선수를 판별한다. 이렇게 영입한 선수가 김국주고, 이순자였다.

그렇다고 임 감독은 자신이 영입한 선수를 자기식대로 바꾸고자 '강요'는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김국주나 이순자나 사실 완성형 선수에 가깝잖아요. 이들에 대한 지도는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완성형 선수들은 잘못된 지도로 모든 게 한 번에 흐트러질 가능성이 크거든요. 우리 선수들에게 늘 말해요. '너희 틀을 감독이 함부로 손댄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대화를 많이 하며 섬세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하는 편이죠. 노를 저을 때 몸통과 팔의 유격이 크다는 걸 알려준다든지, 각도를 조금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식이죠. 이조차도 선수가 먼저 받아들여야 수정에 들어가요. 무언가 지도를 했을 때, 선수 고개가 끄덕여져야만 움직이는 것이죠."

올해 경남도체육회 카누팀은 기존 4명의 선수 모두와 재계약을 바라보고 있다. 임 감독 처지에서는 다시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부럽기만 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임 감독은 늘 다음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 인프라가 비교적 제한적인 카누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아요. 한솥밥을 먹던 선수가 언제 또 팀을 옮길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저 매년 전국체전을 향해 몸을 만들며 차근차근 나아갈 뿐이죠. 그래도 한 가지 늘 바라는 건 있어요. 우리 팀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 내년 도쿄올림픽뿐 아니라 많은 세계대회에서 우리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네요."

그러면서 임 감독은 홈에서 열리는, 2023년 104회 김해 전국체전을 맞는 각오도 덧붙였다.

"약 10년 전에 경남도체육회도 남자일반부 카누팀을 뒀었어요. 2010년 진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을 목표로 했던 팀인데, 훈련 과정에서 부상 등이 겹치며 아쉬움을 남겼죠. 지금도 그때 선수들과는 한 번씩 소주 한 잔 하면서 정을 나누곤 해요. 다가올 2023년 대회에서 혹시 또 기회가 있다면 후회 없는 경기 한번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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