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조선산업 치열한 경쟁
신기술 개발로 블루오션 개척을

지난달 29일 일본 최대 조선소 이마바리조선과 2위 JMU가 자본 업무 제휴에 합의하며 공동 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JMU가 발행하는 주식을 이마바리조선이 인수하기로 했으며, 영업·설계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생산 효율화를 도모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제휴가 한국과 중국 조선 업체와의 경쟁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반도체 시장 선두를 두고 벌어졌던 사활을 건 전략적 인수·합병 전투와 흡사한 양상이 조선산업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제 반도체 시장은 더는 제조업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 및 기술과 특허 라이선싱을 포함하는 전방위적 기술시장으로 진화했다. 일례로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이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글로벌 지식 기반 기업으로 정착했다. 조선해양산업도 혁명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조선해양산업의 갈 길은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2000년대 이전에는 가격·품질·납기, 3요소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대세였던 대형화, 고효율·친환경, 융·복합화 추세가 앞으로 한층 더 꼼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고부가가치 주요 기자재가 후방산업인 신조선 시장을 역으로 견인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대비해야 할 중요한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고부가가치 주요 기자재를 정의하고 국가 기술 로드맵을 정비하는 일이다. 현재 액화천연가스 추진 기술과 벙커링, 화물창을 포함하는 일련의 기술군, 선박용 스크러버(SCR) 시스템, 평형수 처리 장치, 극지 운항 선박 등에 관련된 기술이 현재에 해당한다. 앞으로는 축전지 추진과 직류전력계통망, 제3의 영역에 속하는 신기술군이 해당할 것이다.

제3의 신기술에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발전소(LNG FSRP) 및 신개념 운송 설비, 해저에 고정 설치되는 시추 설비, 해양 원격 운영 체계 및 통신망, 위그선 등과 함께 초전도발전, 원자력추진선, 부유식 해수 담수화 플랜트, 망간단괴 개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기술들은 소위 '혁명적인 기술 파괴'로 일컬어지며 산업계 재편은 물론 국가 사이 역학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위력적이다.

둘째, 중소 조선소 및 기자재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지속적인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공선의 꾸준한 내수 발주와 함께 투자 자본 조성을 통한 해양플랜트 임대 사업 진출 모색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국내 산업 유지 측면은 물론 개발된 기자재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Test bed) 및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확보에 이바지함으로써 기자재 산업 국외 진출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국외 선도기업 벤치마킹이나 역설계가 아닌 운항 경제성 측면에서 차별적 우위 달성을 위한 독자적 기자재 기술을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 그리고 연구소와 대학이 협력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또한 개발된 핵심 기술을 원천 특허로 연결하고 국제 표준에 반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주도권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 기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10년 이상 밀알을 심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신기술 출현이 빈번하고 기술 수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선택과 집중의 핵심을 잡고 선제적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일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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