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아홉 살 소녀 킴이 공터 한 귀퉁이에 강낭콩 씨앗을 심었다. 이를 지켜본 이웃 할머니를 시작으로 동네 사람들이 씨앗에 관심을 보인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같이 지켜본다. 동네 사람 하나둘씩 강낭콩 옆에 새 씨앗을 심으며 쓰레기로 가득 찼던 공터는 기적처럼 푸른 농작물이 가득한 텃밭으로 변해간다.

미국 클리블랜드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줄거리다. 200쪽이 안 되는 중편에 13명의 다양한 동네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사연 많은 이민자들이 얽히고설켜 사는 동네에서 작은 씨앗 하나가 공동체를 키운다.

#고아로 자란 미혼모 동백이는 조용히 살고 싶다. 어린 아들과 둘이서 먹고살 수만 있다면 누가 뭐라든 어떤 시선을 던지든 버틸 수 있다. 동백이가 옹산으로 간 까닭은 "온 동네가 무슨 가족 같아. 막 친절하진 않은데 뭔가 되게 뜨뜻해"라는 옛 애인의 추억 때문이다. 친절하지 않은 '츤데레' 언니들은 6년 뒤 동백이를 괴롭히는 까불이를 잡으려고 '옹벤져스'가 된다. 서른넷 인생에 7년 3개월밖에 같이 살지 못한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거지 같은 인생에 기적 같은 건 없다"고 울부짖는 동백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옹산마을 주민들의 오지랖은 구급차가 지나가는 길에 홍해의 기적을 만들었다.

#'O형 급구'. 지난달 18일 거창군 거창읍 한 주택에서 불이 나 20대 여성이 전신화상을 입었다. 지속적인 수혈이 필요하지만 O형 혈액이 부족해 수술 등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연을 들은 '모교' 고등학교 교사와 후배들이 헌혈 운동에 팔을 걷었다. SNS를 통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헌혈행렬이 이어졌다. 일주일 뒤 교장은 화재 피해 졸업생이 호전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지역주민의 온정을 느끼며 작은 기적을 봤다"고 군민에게 감사편지를 썼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기적이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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