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갇히지 않고 깨어있기를"
김 "시적으로 살고있나 자성"

경남시인협회가 주는 제4회 경남시문학상과 <경남시학> 작가상 수상자로 각각 고영조(73) 시인과 김일태(62) 시인이 선정됐다.

2016년 경남시인협회가 제정한 경남시문학상과 경남시학작가상은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도내 시인 가운데 우수 작품을 발표했거나 지역 시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이에게 준다. 올해 심사는 이광석, 김미윤, 하길남 시인이 맡았다.

▲ 고영조 시인. /이서후 기자
▲ 고영조 시인. /이서후 기자

◇끊임없이 나아가는 생, 고영조 시인 = 경남시문학상을 받은 고영조 시인은 지난해 심사위원이기도 했었다. 고 시인은 197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1986년 동서문학 제1회 신인문학상, 1996년 편운문학상, 경상남도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창원·경남오페라단장, 성산아트홀 관장, 경남문인협회장, 경남문예진흥원장을 맡았다. 1990년 발간한 <귀현리>와 <없어졌다>에서 지난 2010년 <새로 난 길>까지 7권의 시집이 있다.

"내가 사는 관동리는 길이 끝난 산 아래에 있다 갑년이 다 되어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 길이 끝난 곳에 오색 바람개비가 돌고 있는 SK 가스 충전소가 있다 이따금 연료를 다 써버린 빈 차들이 가스를 가득 채우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다." ('관동리 시편' 중에서)

시인으로서 오랜 침묵 중에 상을 받는 것이 부담이었을까. 시인은 시상식 인사말에서 이 시를 떠올린 듯 경남시문학상이 가스가 다 떨어진 빈차에 가스를 넣어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삶이란 얼음을 계속 깨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얼음 속에 갇혀 버리는 쇄빙선과 같다. 문학도 시도 마찬가지다. 하여 다시 한 번 '숯 부스러기 속에 남아 있는 시의 불씨를 살려' 좋은 시를 열심히 쓰겠다고 시인은 시상식장에서 다짐했다.

▲ 김일태 시인. /이서후 기자
▲ 김일태 시인. /이서후 기자

◇한없는 자기반성의 시, 김일태 시인 = "일하는 데 빠져 있다가 이제 제대로 시를 써보자 하던 참에 상부터 받으니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남시학> 작가상을 받은 김일태 시인은 현 경남문협 회장이다. 주로 상을 주는 자리에 있다가 상을 받는 처지가 되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시인을 꿈꾸던 문학소년이 다시 시로 돌아온 게 35살. 그렇게 시인은 마산MBC에 근무하던 1992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1998년 <부처고기>에서 2012년 <코뿔소가 사는 집>까지 시집 8권을 냈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창원예총 회장, 창원문협 회장에 이어 지금은 경남문협 회장과 이원수문학관 관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맡아왔고 지금도 맡은 일들이 전혀 가볍지 않으나 평소 시인에게서 어떤 권위적인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를 시상식장에서 받은 <경남시학> 10호에서 발견했다.

"한가할 때면 나는 얼마나 시적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자성도 합니다. 구도자처럼 시인이 지켜야 할 계율을 잘 수행해가고 있는가? 열심히 자기반성을 하고 무지와 부질없는 욕심과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겸손해지려고 노력을 합니다." (김일태·조은길 시인 대담 중에서)

이런 낮은 마음이야말로 김일태 시의 가장 큰 힘이다.

시상식은 7일 오전 11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롯데백화점 마산점 12층 교육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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