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고정관념 탈피 시도
다양한 악기로 채운 무대

재즈 장르의 확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혹자는 '이게 재즈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날 무대는 장르의 고정관념, 경직된 음악의 틀을 깬, 대중적 음악과 진보적 음악의 공존이 돋보였다.

제2회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가 7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졌다. 이날 러시아 남성 5인조 볼레사 밴드(Bryatz guys band)와 우리나라 제1세대 여자 싱어송라이터 심수봉이 출연했다. 관객 연령대는 50~60대가 많았다.

볼레사 밴드는 1997년 창단했다. 지난 2001년 첫 내한 후 약 2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러시아 전통악기 발랄라이카와 바얀을 들고 무대에 나타났다. 발랄라이카는 삼각형 몸통에 줄이 세 개인 현악기다. 바얀은 버튼식 아코디언이다.

▲ 러시아 남성 5인조 '볼레사 밴드' 연주 모습.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조직위원회 <br /><br />
▲ 러시아 남성 5인조 '볼레사 밴드' 연주 모습.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관객의 눈과 귀는 발랄라이카로 향했다. '생긴 건 기타랑 비슷한데 과연 어떤 소리를 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멤버 중 한 명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고 인사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자가 발랄라이카의 삼각형 몸통을 손으로 살짝 친 거 같은데 '쿵~쿵~' 울림이 제법 크게 다가왔다. 이번엔 손으로 현을 긁으니 '지지직' 꽤 큰 소리가 났다. 이건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 발랄라이카 종류 중 소리가 가장 높은 프리마, 중간음을 내는 알토, 낮은음을 내는 베이스가 같이 뿜어 내는 소리는 맑으면서 때론 웅장했다.

그들은 바흐, 비틀스, 알비노니 등의 곡을 연주했고 특히 이루마의 '리버 플로스 인 유(River Flows in You)'를 연주할 땐 신비하고 몽환적이었다. 신나는 곡의 음악도 들려줬다. 그들은 마치 록스타처럼 점프를 하거나 몸을 좌우로 흔들며 음악에 동화했다. 한국인에게 생소한 악기 연주임에도 관객은 "잘한다"며 호응해주며 그 시간을 즐겼다.

이어 가수 심수봉이 등장했다. 검은색 정장에 자주색의 머플러를 매고 갈색 톤의 안경과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그는 가냘픈 목소리로 "재즈를 좋아한다"고 밝히며 '나의 신부여', '그때 그 사람', '비나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을 차례로 불렀다. 심수봉은 트로트 가수로 알려졌지만 사실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재즈를 공부했다. 지난 2000년대 초에는 미국에서 재즈를 배우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심수봉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 '백만 송이 장미'였다. '백만 송이 장미'는 심수봉이 1997년 러시아 가요를 번안한 노래로 이날 그는 볼레사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은 심수봉과 볼레사 밴드의 깜짝 합동 무대에 호응하며 같이 노래 불렀다. 심수봉은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을 뒤로하고 무대를 떠났다.

사인회를 마치고 만난 볼레사 밴드 멤버 야로슬라브(Yaroslav Popcov) 씨는 이날 공연에 대해 "엄청 기쁘고 행복하다"며 "오늘 선보인 발랄라이카 연주는 전통적이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며 관객이 함께 즐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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