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절의 마지막 대입 면접 날이었다. 주로 생활기록부에 관한 질문이 오가던 가운데, 면접관 한 분이 나를 콕 집어 "학생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국회의원 수 늘리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질문하였다. 당시에도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의원 의석 수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짐작한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나의 대답은 같다. "네, 국회의원 수 늘려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의견도 있다. 이는 정치혐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선거철에만 손 내미는 정치인, 정치판은 시끄럽지만 내 삶은 그대로인 현실, 자신들 이익만 챙기는 정치인 이미지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그들에게 권력이 집중될 것이다. 생각해보자. 일 안 하는 국회의원 대신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난다면 어떨까? 50대 남성에 평균 재산 43억 원인 사람들만 모인 국회가 아니라 20대 청년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장애인도 함께하는 정치라면?

사회가 다양해지면 정치도 다양해져야 한다. 대의민주주의하에서 국회의원은 법안 발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 또한 부여받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에 그친다. 정당마다 청년을 외치지만 탈학교 청소년·청년들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배제되기 십상이다. 국민은 다양한데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으니 정치 역시 정체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제도 개혁은 단순히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게 아니다.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들자는 함의이다.

정치권은 무늬만 그럴듯하게 청년을, 여성을, 우리 국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취 비용에 허덕이며 겨우 끼니를 때우는 흙수저 청년을 안다면 결코 '청년수당을 밥 먹는 데에나 쓴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여성에게 꾸밈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강요되는지 안다면 '여성은 자기를 다듬어줘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는 기득권 중심의 국회를 변화시킬 때다. 다양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2016년의 불꽃을 선거제도 개혁으로 이어나가자. 권력을 다시 우리의 손으로 가져오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