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지역 인프라 활용 필수
전문가 "주최 측과 예술감독이 주인의식 가져야"

"프랑스의 프라드 카잘스 페스티벌에서 프라드 출신의 연주자가 없다고 지역예술인 소외를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미국의 아스펜이나 말보로 같은 대형 음악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런 음악제를 유치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하고 이 음악제를 빛내기 위해 유명 음악인들이 자신의 도시로, 지역으로 오는 것을 환영한다."

류재준 작곡가뿐만 아니라 대부분 음악가도 이런 식의 말을 한다. 세계적인 음악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 미국 아스펜음악제 개최지는 소도시며 질 높은 공연·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아름다운 경관 등으로 해마다 (해당 지역)인구의 몇 배나 되는 관광객이 찾는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에서 음악제의 지역예술인 참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까.

◇문화 인프라·향유 수도권 집중 = 김한기 창원대 음악과 교수는 "중앙집중 심화로 말미암은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내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고 문화기반시설과 문화단체, 예술인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올해 문체부 지역문화실태조사 및 종합지수 발표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등록 예술인 수는 서울이 평균 23.3명으로 전국 평균인 6.6명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도 수도권에 집중돼 '수도권 우대, 지역 홀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나 재단은 지역의 문화 향유권 확대·문화 양극화 해소 등을 이유로 국제적인, 수도권의 인기있는 공연을 초청해 무대에 올린다. 수요자인 지역민 입장에선 긍정적이만 생산자인 지역 예술인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김 교수는 "지역서 열리는 국제음악제에 지역 예술인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지역 예술인 참여가)힘들어도 주기를 넓게 잡아서 발전시켜야 할 과제"라며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역 예술인 참여를 점차 높이고 그러한 노력이 쌓이면 (지역문화가 발전하는)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음악제 주최 측도 궁극적으로 지역 예술인과 함께하겠다는 견해다.

◇브랜드화·프로그램 구성 중요 = 과제는 음악제의 목적·지향점에 따라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하느냐다. 주최 측이 위촉한 음악(예술)감독은 한정된 예산으로 최고의 음악제를 만들고자 예술적 수월성(秀越性)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음악제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면 존립 자체도 흔들리고 모든 책임이 음악감독에게 돌아간다.

김원명 경성대 음악학부 교수는 "음악제 안에 대중을 호소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예술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한 프로그램,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위한 프로그램 등이 공존을 해야 한다. 그 비율은 음악제 사정이나 예산에 따라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주최 측과 음악감독의 교감과 역할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결국 (음악제는)외지에서, 외국에서 온 예술가들로 계속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며 "예술의 속성, 생태계를 알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가꾸고자 하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이 음악감독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 국제음악제(축제) 장르는 클래식이다. 특히 클래식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라 음악인과 지역민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민이 음악제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로 통영음악협회가 주도적으로 한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은 순환 체계를 강조하며 "지역에 음악 또는 문화 관련 학과들이 다수 개설되어 있으니 이들과 상호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펼쳐간다든지, 프로그램 구성상 필요하다면 지역 내 음악적 인프라를 활용한다든지 하는 부분에서는 인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 시장의 시비 지원 중단으로 4년 만에 개최된 진주 이상근국제음악제나 올해 3회째인 창원국제실내악축제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단계다. 관심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탄탄하게 위상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양한 요구 사항을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음악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결국은 (음악제를)브랜드화하는 게 우선이고 순서대로 (다양한 요구를)하나씩 연착륙시켜야 한다. 정말 많은 세월이 필요한 일이고 하다가 그만두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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