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돌 미끼로 공격하는 기술
상대 수 내다보는 지혜 필수

우리네 인생은 괴로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면 괴로움은 행복의 연속이다. 극복의 과정이 우리의 과목이고 신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지 않기 위해 매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바둑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수행과 성찰의 도구였다. 소가 마신 물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신 물이 독이 되듯 누구의 손에 의해 바둑돌이 놓이느냐에 따라 그 수준을 달리한다. 도박꾼의 손에 들어가면 내기가 되고 중상모략가의 손에 들어가면 사기가 된다. 정치가의 손에 들어가면 정치가 되고 군인의 손에 들어가면 전쟁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바둑은 수행이다. 한 판의 바둑을 한 수, 한 수 정성스럽게 놓으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관조하는 것.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에 부끄럽지 않은 수를 두는 것을 최상으로 본다. 인생의 고비에서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주울 수 있다면 한 판의 바둑에서도 무언가를 주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돌을 잡은 기술 중에 환격과 먹여치기라는 것이 있다. 둘 다 나의 돌을 먼저 희생하고 상대의 돌을 공격하는 데 쓰인다. 초보자의 경우 먼저 자신의 돌을 희생하는 것은 생각지 못한다. 다음 <그림1>을 보자. 흑의 차례로 백▲를 잡아야 한다. 흑은 A 또는 B에 두어야할 것이다. A에 두면 백은 B로 연결해 간단히 살게 된다. 그렇다면 B는 어떨까. 백의 호구 안에 돌을 집어넣으면 잡히지 않을까. <그림2>가 흑이 B로 두어서 백이 따낸 결과이다.

▲ 그림1. 흑이 백▲를 잡아야 하는 경우.
▲ 그림1. 흑이 백▲를 잡아야 하는 경우.
▲ 그림2. 흑이 B로 두어 백이 따낸 결과.
▲ 그림2. 흑이 B로 두어 백이 따낸 결과.

백이 흑돌을 따냈지만 흑의 차례이다. 백돌 석 점이 단수되어 있는 모양이다. 흑은 백 석 점을 따낼 수 있다. 다음 강의에서 배우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따낼 수 있다. 상대의 돌을 따낼 수 있을 때는 활로가 막힌 곳에 둘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돌을 희생함으로써 상대의 돌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기술이 환격이다. 대어를 낚기 위해 작은 물고기를 미끼로 쓰는 것과 다름없다. 먹여치기도 이와 흡사한데 주로 변이나 귀에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그림3>과 같은 모양이 나왔을 경우 백의 차례에서 흑×를 모두 잡을 수 있다.

▲ 그림3. 백의 차례서 흑×를 모두 잡을 경우.
▲ 그림3. 백의 차례서 흑×를 모두 잡을 경우.

단순히 A로 단수를 쳐서는 B로 살아가게 된다. 이때는 백이 B로 두어 흑이 따내도록 한 다음 A에 단수를 하면 된다. 이것이 먹여치기이다. 두 기술의 공통점은 최소한 3수 수읽기를 해야 함에 있다. 3수 수읽기란 내가 돌을 놓으면 상대는 이렇게 두겠지, 그러면 나는 여기에 두겠다 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의 돌 하나를 희생함으로써 상대의 돌을 더욱 많이 잡을 수 있는 이 기술을 친지와 아이들에게 사용해 보시라 권한다. 칭찬의 한마디, 긍정의 대답으로 분명 더 큰 복주머니가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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