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 홍보관서 삭제하고 누리집 역대 명단도 정리

전북경찰청이 친일행적이 뚜렷한 역대 경찰국장 8명 사진을 청사 홍보관과 누리집에서 삭제하기로 한 가운데 경남경찰청도 즉각 조치에 나섰다.

경남경찰청 1층 홍보관과 누리집에는 역대 경찰국장 가운데 '친일' 인사가 포함돼 있었다. 5일 오전 경남청 1층 홍보관에는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역대 국장 50명의 이름과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가운데 노기주(2대), 김종원(13대), 이정용(24대) 등 3명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돼 있다. 이익흥(5대)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홍보관은 평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등이 자주 견학 오는 곳이다.

▲ 경남경찰청 1층 홍보관에 걸려 있었던 역대 국장 사진.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 4명도 포함돼 있었다. /김희곤 기자
▲ 경남경찰청 1층 홍보관에 걸려 있었던 역대 국장 사진.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 4명도 포함돼 있었다. /김희곤 기자

<친일인명사전> 등에 따르면, 노기주는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 중 경남지역에서 순회 연설을 하며 징용과 징병을 강요해 뼛속까지 철저하게 일본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1949년 1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돼 그해 7월 특별검찰부로부터 징역 2년형을 구형받았으나 무죄 평결을 받았다.

김종원은 일본군 장교로 복무하고 조선인들과 항일 운동가들을 악랄하게 탄압했다. 일제 패망 후 경찰·군인 등으로 복무하면서 1948년 여수·순천사건, 1950년 마산·부산형무소 재소자 학살 등에 개입했다.

▲ (왼쪽부터)경남경찰청 2대 국장 노기주, 5대 국장 이익흥, 13대 국장 김종원, 24대 국장 이정용. 모두 친일 인사다.

이정용은 일제강점기 고등계 형사로, 사상범이나 독립운동가를 체포하는 게 주 업무였다. 이정용은 1950년 1200여 명이 희생당한 진주형무소 재소자 학살사건의 핵심 가해자이기도 하고, 1960년 경남지방경찰국장을 지내면서 3·15 부정선거에 개입해 징역 7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익흥은 일제강점기 평안북도 박천경찰서장일 때 독립운동가를 고문·학살했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이승만 정권 당시 내무부 장관을 지내면서, 이승만이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경남청은 이날 오전 '친일청산' 취지로 홍보관에 걸려 있던 역대 국장 4명의 사진을 흰 종이로 가렸다가, 오후 들어 아예 전부 없앴다. 또 경남청은 누리집에 있던 역대 국장 명단도 모두 삭제했다.

경남청은 '탈권위' 차원에서도 다른 역대 국장 얼굴 사진까지 모두 없앴다. 경남청은 지난해 10월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4층 회의실에 있던 역대 국장·청장 사진을 모두 뗀 적 있다.

한편, 전북청은 지난 4일 역대 국장 가운데 친일로 분류된 김응조(1대), 한종건(3대), 조병계(4대), 김상봉(5대), 김응권(9대), 김종원(15대), 신상묵(16대), 이정용(20대) 등 8명 사진을 모두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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