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 중심 농정 지적
지방정부·민간협치 전환 강조
공익기여지불제 해법 제시

"농어업이 국민으로부터 소외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금까지 농정을 진단하며 한 말이다. 박 위원장은 농업경제학자이자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재)지역재단 전 이사장이다.

'농정 틀 전환을 위한 전국순회 타운홀미팅'을 위해 5일 경남도청을 방문한 박 위원장을 만났다.

-지금까지 농정의 문제는?

"농어업이 국민으로부터 소외받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유는 농어민만을 대상으로 한 농정이었지 국민 모두의 농정이 아니었다. 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국민 모두의 농정으로 바꾸어야 한다."

-농정 틀 전환 방향은?

"우루과이라운드(1986년 시작한 무역협상, 그 결과로 1995년 세계무역기구 WTO 설립) 시작하면서 농정은 국제 경쟁력만이 살길이라며 경쟁력주의, 생산성 높이는 중심이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려면 경제·사회문화·생태환경 등 다원적 본래 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농정 대상도 농어민에서 국민 모두, 미래세대까지 포괄해야 한다. 추진 방식은 정부 주도, 보조금 중심에서 지방정부와 민간과 협치로 바꿔야 한다."

-농업 경쟁력 향상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식량자급률은 후퇴했다. 무역수지, 수입은 더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생산력·경쟁력 강화 취지로 10% 소수 상층 농가에 예산이 집중됐다. 농촌 내 양극화는 심화했고, 농촌 양극화가 도시보다 더 심화했다."

▲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나?

"첫 번째는 국가와 시민사회, 농어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가와 시민사회는 농어민이 안심하고 종사할 수 있게 가격 안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먹거리뿐만 아니라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농어민은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공익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보조금 주도 농정에서 농어민 자율성에 기반한 협치 농정으로 바꿔야 한다. 보조금 농정을 지양하고 농어민이 공익적 가치를 위해 자율적·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조금을 줄이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따져보면 정부 보조금이 농민들 주머니에 들어가는 게 별로 없다. 시설이나 농기계 업자에게 대부분 간다. 그 돈을 농어민에게 직접 지불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대책은?

"그동안 개도국 탈피 노력이 있었느냐? 유감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은 선진국 농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30년 농정 틀을 바꿔야 한다. 유럽처럼 국가가 농어업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익기여지불제'로 가야 한다. 쌀수매 대신 소득보전하는 직불금이 현재 농업예산의 15% 수준인데 농업예산 중 공익기여지불과 다원적 기능 분야에 장기적으로 50% 이상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팜에 대한 평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농어업도 스마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농민단체들 문제제기도 타당하고 생각한다. 스마트팜은 토마토·딸기 등 원예작물 중심이다. 지금도 과잉인데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다. 정부는 수출한다고 하지만 국내로 나올 것이라는 염려가 있다. 스마트팜에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투자할 수 있는 농민이 얼마나 있겠나. 기술개발을 위해 시범적으로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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