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필로티 건축물의 64%가 불량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수조사할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충격적이다. 필로티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주범은 드라이비트 공법에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의정부·포항·제천·밀양·김해 모두 똑같은 원인 때문에 끔찍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늑장 대처로 악몽이 반복되어 왔다.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최근 급증한 이유는 저렴한 비용과 비교적 손쉬운 공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지고, 유독물질이 퍼지게 된다. 그렇다고 필로티 건축을 전면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전수조사에 근거하여 경남도는 건축·전기·소방 분야별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필로티 건축 표준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지난해 국토부도 가이드라인을 이미 공표했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실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보다 이미 지어진 불량 건축물들의 화재 안전성능을 보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고가 난 건물들을 보더라도 자동 소화설비가 작동하거나 방화벽이 제대로 설치되고 안전한 대피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화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건축법에 따른 규정을 어느 정도 지키기만 하더라도 최악의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테니, 지금이라도 이를 개선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가연성 천장재·외장재 및 방화문을 교체하고 자동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자동출입문 전용 차단기나 배·분전반 자동소화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예방 및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일이다. 점검 주기를 당기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긴급 출동이 용이하도록 신호 체계와 도로 진입 체계를 정비하는 일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머뭇거리다 또 다른 인재를 만나지 않도록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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