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주 처벌 법령 완화됐지만 근본적 대책·관리 요구 봇물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위조·도용해 술·담배를 구입하면 영업주만 처벌받는 법이 완화됐지만, 소상공인들은 "미성년자도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등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조·도용으로 소상공인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6월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개정돼 술집은 신분증 위조 사실이 입증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받는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통과돼 내년부터는 신분증을 위조·도용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했을 때 영업정지 처분을 면한다.

하지만,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조·도용을 막으려면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ㄱ 씨는 "겉모습이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헷갈리면 반드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형제 등 지인의 신분증을 가져와 본인이라고 주장하는 청소년이 생각보다 많다. 판매할 수 없다고 하면 험한 말을 하고 간다"며 "위조 신분증을 제시해도 감별기가 없는 이상 속고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이 집계한 '청소년 상대 불법행위(술·담배 판매) 현황'을 보면 2016년 566건(담배 462건·주류 104건), 2017년 568건(담배 493건·주류 75건), 2018년 500건(담배 438건·주류 62건), 2019년 10월 말 기준 407건(담배 367건·주류 40건)이다.

이 중 미성년자 신분증 위조·도용 사례는 별도 구분되지 않는다.

ㄱ 씨는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팔아 영업 정지 1개월 처분이라도 받으면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일부러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조사 시점에 따라 신분증 위조 사실을 업주가 입증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성년자들은 신분증을 위조·도용해도 대부분 훈방조치된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입건해 절차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 다만, 동범 전과가 없고 초범이라는 점이 작용해 대부분 훈방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대구시 달서구 한 술집에서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이 25만 7000원어치 술을 마시고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자진 신고했다.

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셔도 업주만 처벌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한 사례다. 업주는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ㄱ 씨는 "인근 가게에서도 주민등록증을 보여준 미성년자들이 술을 먹고는 신고한다고 협박해 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미성년자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라도 신분증 도용·위조와 같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면 일정 책임을 지도록 관련 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문서 위조와 행사는 형법 제225조(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와 제229조(위조 등 공문서의 행사)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한편, 누구나 원하면 쉽게 신분증 위조가 가능한 환경도 문제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분증 위조'를 검색하면 '선제작·후불·고퀄리티'를 자랑하는 업체 연락처와 전자우편 주소 등이 여러 건 확인된다. 주민등록증·졸업증명서·운전면허증·여권 등 각종 신분증을 제작할 수 있다고 현혹하고 있다. '신분증 위조' 홍보 글을 게시한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유인 게시는 특별법에 따라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신분증 위조' 게시는 현재로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법 유해 정보로 신고해 삭제·차단할 수 있는 조처가 전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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