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아파트공동체의날 행사
8개 단지 본선 올라 사례 발표
진주 하대현대 대상 수상 영예
품앗이 육아·저탄소 실천 등
이웃과 더불어 사는 행복 알려

인구 절반이 아파트에 사는 대한민국. 콘크리트 숲, 아파트에서도 마을공동체가 싹틀 수 있을까. 어느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열린 전통마을과 아파트는 다르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힘을 보태고, 부대끼며 살아가게 된다.

경남에서 아파트공동체를 위한 주민들 활동과 꽃피운 사례를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경남도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첫 아파트공동체의 날 행사로 '아파트 공동체를 찾아라' 발표대회를 열었다.

도는 아파트공동체 활동 사례들을 발굴, 정책화하고자 지난달 사례 공모를 했었다. 17개 아파트 중 8개 단지가 본선 무대에 올랐다.

사례들을 종합하면 '누가 사는지 알아야, 만나야 소통할 수 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마을', '주체들의 활동과 주민의 참여는 필수'다. 갖가지 행사는 부차적인 결과물이다. 주체들은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노인회·청년회, 공동체모임 등이다.

이날 진주 하대현대아파트가 대상에 뽑혔다. 창원 봉림휴먼시아2·김해 장유쌍용예가1차·양산 웅상푸르지오는 우수상, 김해 e편한세상봉황역·밀양 삼문휴먼시아·거제 대동다숲·창원 감계힐스테이트3차는 장려상을 받았다.

이날 심사는 전문심사단 평가와 청중평가단 현장투표 합산으로 이뤄졌다.

▲ 4일 오후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아파트 공동체의 날 행사 '아파트 공동체를 찾아라!' 주민사례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4일 오후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아파트 공동체의 날 행사 '아파트 공동체를 찾아라!' 주민사례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김해 e편한세상봉황역 = 해반천과 가야유적지 봉황대공원 등을 낀 이 아파트(2017년 입주, 936가구)는 지난해 입주 1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어 가정의 달에 행복 큰잔치, 해반천 환경정화활동을 했고, 올해 운영위원회를 꾸려 작은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작은 도서관에서는 아나바다 바자회, 우표전시회, 입주민 재능기부 가베·바이올린·태교교실·매듭공예·경로당 스마트폰 활용교육 등 다양한 강좌가 열렸다.

더불어 김해시건강가정지원센터 지원을 받아 이웃과 함께 육아 고민을 나누는 '품앗이 육아', 12개 강좌 '이웃사이다'를 했다.

신단비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함께 만들어가는 살기 좋은 아파트'를 발표하며 "모두 만족하는 공동체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참여하면 더 살기 좋아진다"고 말했다.

◇양산 웅상푸르지오 = "담배 한 갑 값 부담하면 경비원 감원 안 합니다."

박진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2007년 입주, 987가구)은 올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주민이 뜻을 모아 경비원·환경미화원 전원 고용을 유지하면서 임금도 인상한 '상생' 사례를 발표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 404만 원 관리비 인상에 따른 입주민 부담이 늘게 됐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은 10명, 환경미화원은 9명이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 월 4100원 인상한다고 공동체 일원인 경비원·환경미화원 감원할 수 없다'며 동행을 선택하고 주민 설문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81.7%가 참여했고, 98.6%가 감원을 반대했다. 언론보도를 비롯해 찬사가 쏟아졌다. 박 회장은 "같이 잘사는 것이 상생"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상생을 선택한 것은 오랫동안 가꿔온 공동체 힘이었다.

◇밀양 삼문휴먼시아 = 나누고 사랑하고 놀며 자라는 마을성장프로젝트 '나랑 놀자'.

국민임대인 이 아파트(2009년 입주, 861가구)에서는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공동체를 가꾸고자 관리소와 주민이 손잡고 '우리동네사람들'을 만들었다.

권해주 기획담당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것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데 동의한 주민들이 협력해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설립한 마을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올해 5~6월 '어린이탐구생활' 부모교육, 8월 여름방학 기간 '놀면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 대상 프로그램을 열었다. 두 행사 성과를 모아 10월에는 재능기부 공연, 먹을거리 나눔, 영화상영 등 '달빛나눔축제'를 개최했다. 더불어 올해 행사 기록을 담아 마을 달력도 만들었다.

◇창원 봉림휴먼시아2 = 국민임대인 이 아파트(2011년 입주, 589가구)는 '함께라서 행복한 우리마을 녹색이야기'를 2014년부터 써왔다. 아파트에 텃밭을 가꿔 공동체를 활성화한 사례다.

김정남 관리소장은 "커뮤니티 행사를 많이 해왔지만 돈 안 들이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을 생각하다 창원시보 텃밭사업 기사를 보고 '앗싸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가 지원한 텃밭은 어르신들이 즐겁게 아침부터 물주고 가꾸는 생산적 공간, 아이들 체험학습장, 주민이 함께 나눠 먹는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김 소장은 "하나의 성공은 다른 프로그램 추진동력이 돼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고 강조했다.

이 아파트는 창원시와 시민단체 지원을 받아 그린리더 주민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자녀와 층간소음 줄이기와 흡연 공동질서 지키기 캠페인, 양심우산, 퇴직교사 무료 영어·수학 공부방 등도 하고 있다.

◇거제 대동다숲 = 계룡산 자락에 있는 이 아파트(2005년 입주. 1754가구)는 거제지역 최대 단지다. 입주 초기에 건설사 부도, 숱한 하자보수 소송 등 입주민 갈등이 심했다.

김남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삭막한 아파트의 대명사였는데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자생단체마다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고, 층간소음관리위원회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강좌 운영도 활발하고, 영화제, 주민 1000여 명이나 참여하는 걷기대회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이웃 간 분쟁이 없는 따뜻하고 살고 싶은 아파트,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체 활성화 모범 아파트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 감계힐스테이트3차 = 이 아파트(2014년 입주, 630가구)는 주민참여형 녹색 아파트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창원시 저탄소 녹색아파트 만들기 공모에 참여해 지난해부터 매달 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22일 불 끄기 행사를 한다. 탄소포인트제 가입률은 2017년 10%에서 2019년 85%로 증가했다. 이 같은 활동은 녹색아파트 인증에 참여해 지난해 그린등급(우수상)에 이어 올해 골드등급(최우수상) 획득으로 나타났다.

백일홍을 심어 축제도 열고, 올해 창원시 공동체활성화 보조로 입주 5주년 한마음 축제도 열었다. 박동규 관리소장은 "백일홍 한 송이보다 무더기가 아름답듯이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함께하면 아름답다"고 말했다.

▲ 4일 오후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아파트 공동체의 날 행사 '아파트 공동체를 찾아라!' 주민사례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진주시 하대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4일 오후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아파트 공동체의 날 행사 '아파트 공동체를 찾아라!' 주민사례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진주시 하대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진주 하대현대 = 이 아파트(1996년 입주, 1189가구)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성과를 이뤄냈다. 소통이 없는 아파트, 유휴공간은 주차장으로 바뀐 아파트였다. 주민들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특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황영란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24년 만에 동대표 사무실을 주민들과 나눠쓰자고 합의했다"며 "우리는 꿈꾸고 있다. 그곳에 다른 아파트 사례를 들으면서 배운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생각과 문화를 나누는 아파트 공동체'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동대표 회의실을 '작은 도서관과 생각·문화를 나누는 커뮤니티(주민회의실, 상담교육실, 자녀교육 상담실)'로 꾸몄다.

10월 시작한 공사는 마무리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독서·교육, 돌봄·보육,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을 통해 아파트에 생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김해 장유쌍용예가1차 = 이 아파트(2007년 입주, 582가구)는 '사람이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를 10년째 펼치고 있다.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도 공동체 사업에 응모해 주민소통의 장 '북카페'를 만들 계획이다.

이봉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우리 아파트는 지원 없는 섬과 같은 곳이어서 주민 스스로 맨손으로 일궈왔다"며 "주민들은 저력과 실행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말한 저력은 쓰레기가 널려 있던 아파트 옆 도로공사 묘목장 터를 소공원으로 가꾼 일이다. 주민들은 2015년부터 매달 공원 대청소를 하고 식목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민공동체 협동조합을 꾸릴 계획이다. 협동조합은 북카페에 휴게음식점, 공동 구매 등 수익모델을 만들고, 그 수익으로 공동체 활성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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