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제 측 "축제 위상·질적 수준·흥행 위해 불가피"
지역음악계 "주최 측 선입견…함께하려는 의지 부족 "

전국적으로 국제적 성격의 음악제가 10개 이상이다. 경남에서는 통영국제음악제, 김해국제음악제, 이상근국제음악제, 창원국제실내악축제 등 4개다. 도내서 '국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음악제나 축제가 끝나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지역 예술인의 참여 문제다. 당해 지역 음악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적거나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지역 소외'가 불거진다. 주최 측과 지역 예술인 사이의 해묵은 논쟁이다.

◇지역 소외 도돌이표 = 통영국제음악제 시발점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는 윤이상 가곡의 밤(1999년)·통영현대음악제(2000·2001년)에서 통영국제음악제로 이름이 바뀐 해다.

<한산신문>에 따르면 통영예총 임원진은 시청을 방문해 '시가 의도적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배제한다'고 항의했다.

논란은 이듬해도 이어졌다. <경남일보> 기자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쓴 '예술의 현장'을 보면 '지난해에 이어 지역예술인 홀대라는 지적도 재론됐다.(중략) 주최 측이 지역 음악단체들이 분발할 기회마저 박탈했다며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지역예술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적혔다.

2014년·2016년·2019년 본보에도 '지역 예술인 연계 부족', '지역 소외 아쉬움'이 언급됐다.

올해 4년 만에 부활한 진주 이상근국제음악제도 과거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경남일보>에는 '이상근국제음악제 지역음악인 없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1일 폐막한 2014 이상근국제음악제가 지역출신 음악인을 기리는 행사임에도 정작 지역음악인들은 배제된 반쪽짜리 축제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3회째 열린 창원국제실내악축제에서도 과거보다 지역 음악인 참여가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음악제 질 VS 지역음악인 선입견 = 이 같은 논쟁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지역'에서 '국제'라는 타이틀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과 지역 예술인 간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최 측은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완성도 높은 음악제를 기획하고 지역민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유명한 음악인을 섭외해 무대에 올리고 싶다. 입장권 판매도 신경 써야 한다.

2014년 이상근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류재준 작곡가는 "음악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능력 있고 좋은 연주를 하는 지역 음악인들이 있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청중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예산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불행히도 음악에서는 잘하는 연주자와 정말로 잘하는 연주자의 차이가 매우 크다"며 "예술감독이 지역 연주자들의 음악을 다 들어보고 결정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은 "클래식음악축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성이 약하다. 그나마 티켓세일즈가 일어나는 경우는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연주자들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며 "통영국제음악제는 10일간 25개 공식 공연에 1만 장이 넘는 티켓이 오픈되고 좌석점유율 제고는 당장 음악제 위상이나 수입구조와도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축제 조직위가 할 역할이고 여기에는 지역이다 아니다가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예술인은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제인 만큼 소통과 참여를 원한다.

최천희 경남음악협회 회장은 "현대음악제로 손꼽히는 폴란드 바르샤바 가을축제에는 지역 음악인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준다"며 "음악제에 지역음악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주최 측이나 예술감독이 지역음악인에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고 지역 음악인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만호 경남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지역 예술인이 (음악제의) 지분을 요구하는 건 옳지 않지만 세계적인 음악제, 축제에 지역 예술인과 함께하는 무대가 마련되면 좋다"고 말했다.

한편 강 지휘자는 지역 예술가에게 쓴소리도 했다. "국제음악제는 예술가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크게 봤을 때 시민을 위한 음악제다. 지역 예술가들이 오히려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에게 배우고 시민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객석을 채워주고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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