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KBO 제도 개선안 수용
이대호 회장 "기준점 제시하라"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제도 개선이 첫발을 뗐다. 이르면 내년부터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면서 리그 흐름도 이에 맞춰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총회를 열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제도 개선안을 조건부로 수용했다.
조건부 수용에 따라 우선 FA 제도가 크게 달라진다. KBO리그는 선수들 요구대로 현행 고졸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1년씩 단축하기로 했다. 선수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지점이다. 국가대표 경력이 더해지면 이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어 선수들의 국외 진출 분위기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FA 등급제(선수 3년간 연봉과 옵션 액수에 따라 순위별로 등급을 나눠 보상규정을 차등으로 설정)는 2020시즌 종료 후 본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FA 등급제가 본격화하면 이제 FA 대상자들은 A·B·C등급으로 나눠 보상규정을 적용받는다. A등급으로 분류되면 현행 보상규정과는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지는 건 B·C등급을 받았을 때다. B등급은 보호선수를 20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금액을 전년도 연봉 100%로 완화한다. C등급은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만 보상한다. B·C등급 선수로 분류되면 이전보다 활발한 이적이 가능해진 셈이다.
여기에 FA 재자격 선수는 B등급, 세 번째 재자격은 C등급을 적용한다. 신규 FA라도 만 35세 이상은 C등급을 매긴다. 선임 선수, 재자격 선수, 중소형 FA 선수의 이적 가능성을 높일 방안이다.
외국인 선수 운용 제도도 변한다. 올 시즌까지 KBO리그는 3명 등록, 2명 출전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3명 등록에 3명이 모두 출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수 2명, 야수 1명'으로 정형화한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기용도 다변화할 전망이다. 2021년부터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도 시행한다. 구단별 투수 1명, 타자 1명씩을 영입할 수 있고 연봉 30만 달러 이하에 다년계약을 맺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부상·부진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와 같은 부상자 명단 제도도 신설된다. KBO는 내년부터 부상 단계별로 최대 30일까지 FA 등록일수를 인정하기로 했다. 경기 중 다친 선수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구제책이다.
선수들 최저 연봉도 인상한다. 올해까지 2700만 원이었던 최저연봉은 2021년부터 3000만 원으로 오른다. 저연봉 선수 처지에서는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미래를 볼 수 있게 됐다.
선수협과 KBO 간 줄다리기 협상이 예상되는 사안도 있다. KBO가 도입 자체만 제의하고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샐러리캡(한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이다. 선수협이 '조건부 수용'이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샐러리캡이 도입되면 선수들 총 몸값을 일정한 금액에 맞춰야 해 선수들 총 연봉은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다. 샐러리캡 금액 인상률에 따라 선수들의 파이도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대호 선수협 회장은 "KBO가 샐러리캡 기준점을 제시하면 이에 관해 선수협회 이사들이 각 구단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 수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9년 프로야구에 도입된 FA 제도는 이후 자격 취득기간 축소, 보호선수 보상 규정 등이 바뀌었다. 지난 2016년에는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되기도 했다. FA 등급제 도입 등 또 다른 큰 변화를 앞둔 KBO리그가 어떤 모습으로 팬을 맞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