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가 일어난 당시엔 산업 현장에서 산재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또한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온 '위험의 외주화'를 방관하다시피 해온 산업 현장의 현실에 대한 비판 목소리 또한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나아진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반어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지만 이 법이 즉각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위법의 현실적 적용률이 높아지려면 정부가 하위법령을 마련해야 하는데, '김용균법'의 하위법령은 내용상으로 후퇴한 감이 있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중대 재해 발생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노동계가 비판하는 근거는 분명히 있다. 건설업·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사고자의 수를 '사고사망만인율'이라고 하는데, 그 수치가 2017년 0.52에서 2018년 0.51로 미세한 변화만 나타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는 중대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은 건설업이다. 건설업의 사고사망만인율은 2017년 1.66에 이어 2018년에도 1.65에 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설업 노동자들에게 중대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사고가 터졌을 땐 정치권이 나서서 뭐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모르쇠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노동계는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 법이 만들어진다고 중대 재해가 쉽게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2017년 삼성중공업에서 노동자 6명이 사망한 크레인 사고를 산재사고가 아니라 일반사고라고 법원이 판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비정규직 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중대 재해 발생을 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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