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대입 정시 확대 결정
교육을 정치논리로 접근해선 모두 불행

올 수능 점수가 발표되었다. 자식이 입시생이어서 맘 졸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지났다.

고교 3년 내내 대입을 위해 씨름한 수험생들은 지금부터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고, 부모들은 그 뒷바라지하느라 동분서주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만끽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지나치게 힘들게 공부하게 되어 있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 너무나 쉽게 제도를 바꾸는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돈으로 사는 대입의 길을 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특히 '조국 사태'는 현재 대입제도에 대해 전 국민이 회의하게 만들었다.

어떤 제도가 가장 합리적이고 문제가 없는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은 제도라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그 빈틈을 이용하는 방법이 금방 대세를 점하는 것으로 점철되어 왔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그럴듯한 제도를 고안하기가 어렵고 제도를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바탕에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난데없이 정시 확대를 주문하였다. 아무리 대통령의 말씀이라고 해도 어제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던 교육부 장관이 말 한마디 못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 지금이 전제왕조인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모든 것에 전지전능할 수는 없다.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믿고 힘을 부여하는 것이 리더의 소양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시 확대를 주문한 이유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학부모 대다수가 수시의 모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고 조국 사태가 제도적 모순에 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이든 직접 나서는 것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비싼 세금 들여 장관 자리를 만들 이유도 없는 것이다. 정시 확대를 하더라도 교육부 장관에게 하게 했어야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시 확대는 그렇게 단순간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하여 좋은 제도를 만든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국민은 이해한다. 특히 교육제도에 대해 정치적 논리로 접근했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정권은 영원할 수 없다. 나중에 바뀐 정권이 또다시 바꿀 명분을 주고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인 것이다.

수시가 좋은 제도인지 정시가 좋은 제도인지 판단하기란 무척 어렵다. 단순 암기식 수능의 문제점 때문에 생긴 수시제도는 고교생에게 3년 내내 부담을 지워 놓았다. 친구끼리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모순도 만들었다. 교사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정시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 아이가 내신성적의 부담감 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때는 정시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든 노력이 한 번에 결정되는 것 또한 불만이었다. 더욱이 교육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처지도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말을 보태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가고 있는 길이 너무나 허술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다음에 누가 그 자리를 잇더라도 바꿀 엄두를 낼 수 없고 대한민국과 국민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오히려 국민을 불안케 하고 스스로 적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답이 없다. 원칙 없이 정시를 주문하고 강행하는 식으로는 정권과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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