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쏟아지지만 식재료엔 무관심
지역서 난 재료로 건강한 식사를

예전에 우리 부모님은 밥상머리에 앉은 형제들에게 "음식으로 장난치지 마라"고 하셨다. 농민의 땀과 정성이 깃든 정갈한 음식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두도록 하는,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 교육이었다.

최근 여러 방송매체나 SNS에서 맛집 탐방, 먹방, 요리 프로그램들을 유독 많이 접한다. 단순히 사회·경제적 성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고, 음식 맛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반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은 차치하고라도 그 현란한 음식의 원초적인 식재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도 언급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시각과 미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그 화려한 식재료가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외국산이라면 일본에서 왔는지, 중국에서 왔는지, 혹은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그것조차 불명확한 식재료라면 그 맛이 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을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점에서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머니가 해주신 곰국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는 세상이다.

농민의 땀·정성과 오랜 기다림으로 탄생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는 모두 가슴속에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지구환경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내 가족이 먹는 먹거리, 그리고 식재료에 대해서는 양보하기 어렵다.

최근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정부 또는 지자체 주도로 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로컬푸드'다.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농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수확한 당일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신선함·맛·영양을 보장한다. 이러한 로컬푸드는 지역농업 보존과 함께 농업의 든든한 응원자이기도 하다.

얼마 전 내 방 책상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도의회에서 분기별로 발행하는 <정책프리즘>이다. 일종의 연구보고서 형태의 이 책에 눈길이 갔다. 본인이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라는 소속감도 한몫했겠지만 '로컬푸드'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경남과 다른 시·도 사례 소개와 함께 사회·경제적 가치를 소개했다. 또한 로컬푸드 관련한 다양한 정책제언을 담고 있었다. 로컬푸드 생산자 조직은 기존 소규모 농가 조직을 활용하고, 사업수행은 영농조합·협동조합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법인격 형태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여 지역색 있는 상품 개발도 요구하고 있다. 먹거리에 공공재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학교급식, 먹거리 복지영역 등 공공급식에는 시장 논리보다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하도록 제언하고 있다.

절기상 대설(大雪)에 즈음하여, 일 년 내내 정성들여 가꾸고, 보살피고, 때로는 비바람에 노심초사했던 기나긴 인고의 과정을 마치고 결실을 보는 시기다. 그러한 농민들 마음을 헤아리면서 오늘 저녁 밥상에는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자녀·손주들에게 교육의 장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래전 우리네 부모님이 밥상머리 교육을 했던 걸 생각하면서 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