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
마트, 장바구니 대여·판매
소비자 "대량구매 땐 불편"

내년 1월 1일부터 경남지역을 포함해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종이상자와 자율포장대가 사라지는 가운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구매한 상품을 담는 데 사용하는 종이상자를 대형마트에서 없애는 시점이 오는 2020년 1월로 구체화됐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8월 29일 농협하나로유통·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4곳과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자율포장대에 비치하던 종이상자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테이프, 끈을 없애기로 했다.

대형마트들은 종이상자·자율포장대를 치우는 데 따른 혼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롯데마트 양덕점의 자율포장대 옆에는 '20년 1월 1일부터 자율포장대 운영이 중단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포스터로 이를 알렸다. 홈플러스 마산점도 자율포장대 앞에 포스터를 붙여놓았고, 계산대에 놓인 분리대에도 홍보지를 부착해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종이상자를 대체할 장바구니도 구비해놓았다. 홈플러스는 종이쇼핑백을 없애고, 2017년 11월부터 장바구니를 비치했다. 대여용은 판매보증금 3000원을 지불하면 계산대에서 대여할 수 있고, 판매용은 700원·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1일부터 56L 대용량 장바구니를 마련해놓고 3000원에 대여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장바구니를 대여하는 것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농산물 등 부피가 큰 상품을 주로 다루는 농협하나로마트는 대안을 찾고 있다.

장바구니 제작에 들어간 것과 함께 시범적으로 플라스틱 포장테이프를 종이테이프로 바꿔 종이상자를 쓰기로 했다. 종이상자 사용 비율을 줄이면서 장바구니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반응은 다양하다. 장바구니는 소량의 물건을 담을 때 유용하지만, 종이상자를 폐지하면 불편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차량을 이용해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종이상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3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롯데마트 양덕점 자율포장대에서 소비자가 종이상자에 상품을 담고 있다. /류민기 기자
▲ 3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롯데마트 양덕점 자율포장대에서 소비자가 종이상자에 상품을 담고 있다. /류민기 기자

조숙희(62·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씨는 "작은 물건일 경우 웬만하면 장바구니에 담겠지만 부피가 큰 물건일 경우 종이상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에 소비자들과 의논해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현실성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들은 얼마나 불편한 게 많으냐"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불편을 우려했다. 비닐 포장백을 없앤 후 별도 요청 시 배송 물품을 종이상자에 담아 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없애면 상품을 바구니에 담아 배송 기사가 각 가정에 배송 후 바쁜 와중에 하나하나 바구니에서 내려놓아야 하고, 고객 역시 한꺼번에 옮기지 못하는 수고가 따른다는 것이다.

국민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3일 현재 '대형마트 종이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을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4일 마감되는 가운데 694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마트에서 쓰레기로 버려져야 할 박스가 국민들이 집에 가져가기 위해 한 번 재활용이 되고 가정 내에서 보관을 위한 재활용이 되기도 한다"며 "길거리에서 파지, 재활용품을 주워서 하루하루 살아가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된다. 국민들이 집까지 가져간 쓰레기들, 분리해 내놓으면 그 분들이 주워가서 푼돈이라도 챙기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정책은 마치 편의점에서 쓰이는 봉지를 종이, 비닐 구분 없이 없앨 테니 집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탁상행정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쓰레기, 박스로 보이지만 단 몇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마트에서 시행한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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