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마다 특색있는 세계관 소개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는 삶 제안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적으로 힘들 때 주위에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도 풀어지지 않는, 찜찜한 무언가가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책을 읽거나 걸으며 나 자신과 대화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곧장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도 끊임없이 생각하다보면 정답은 아니지만 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얀 드로스트가 쓴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라'고 말한다. 얀 드로스트는 작가이자 철학가인 알랭 드 보통이 세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얀 드로스트 지음
▲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얀 드로스트 지음

살다보면 무력감이 찾아온다. 저자는 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사르트르, 푸코 같은 철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하며 무력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각 철학자의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을 이야기하고 독자에게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사실 책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500쪽이 넘고 철학자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에게 행복한 삶은 자족(스스로 만족)과 평정심(고통 없는 상태)이다. 그가 말한 진정한 쾌락은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난 마음의 평정상태다. 행복은 더 많이, 더 아름답고, 더 좋은 것을 추구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적은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삶이다. 저자는 "나의 야망과 인내심 부족이 자라날 때, 내가 자신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잊으려 할 때 에피쿠로스 철학을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스토아학파의 핵심은 인간이 '이성적 절제'로만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스토아학파는 "욕심을 채우지 말고 버려라",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지 말고 이미 얻은 것을 원하라"고 주장한다. 감정대로 살기보다는 이성을 따르고 과거와 미래보다는 현재를 살라고 조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그는 행복은 도구가 아닌 목적이며 쾌락과 도덕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데서 온다고 말한다.

"당신 자신을 위한 일부터 시작하십시오. 박물관을 방문하고 음악을 듣고 직접 음악을 만들어보고, 독서를 하고 산책하는 겁니다.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하고 그 안에 있는 행복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면 기회를 얻을 겁니다."(205쪽)

스피노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중 가장 급진적인 결정론자다. 그에 따르면 세계는 필연으로 돌아간다. 모든 존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교훈으로 '언제나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라'를 꼽는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자다. 즉 실존이 먼저고 그 다음이 본질이다. 그는 세상에 결정론이란 없으며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진다고 말한다. 사르트르에게 완벽한 책임감이 없는 완벽한 자유란 없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대로 평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실존주의가 가르쳐준 행복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420쪽)

푸코는 지식은 권력과 관계 맺고 모든 지식은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지식과 생각 뒤에는 권력의 이익이 숨어 있다. 저자는 '그들(지배자)의 정체를 벗기는 우리의 통찰은 새로운 분노를 가져오고 다른 행동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생각의 형태를 찾기 시작한다'며 해방감을 맛보는 방법으로 푸코의 '다르게 생각하기'를 소개한다. 즉 비판적 사고다. "생각은 사람이 행동하는 것, 행동에서 벗어나는 움직임, 그리고 목적으로 확정 짓는 것과 관련된 자유다. 생각은 문제시되는 것을 심사숙고하는 것이다."(515쪽)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명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가 철학자의 관점을 보고 스스로에게 계속 묻기를 바랄뿐이다. 나 자신과 행복에 대해서 말이다.

유동익 옮김. 연금술사 펴냄. 552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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