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담그기에 중요한 요소 '기온'
평균기온 상승하면서 적기 늦춰져

겨울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담은 입동(立冬)은 매년 양력 11월 7·8일 무렵 찾아온다. 동물들은 입동부터 동면에 들어가고, 우리는 먹거리를 준비한다. 월동 음식 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김장이다.

김치의 유래는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저(菹)'라는 한자어로 표기하였고, 우리 옛말은 '지' 또는 '디히'가 있다. 옛 문헌인 '두시언해'에서 '디히'가 '지히'에서 '지'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오늘날 '김치'의 어원이 등장한다.

김장 초기에는 주로 무로 김치를 담갔으며, 조선후기 통배추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오고 추후 계량되면서 주재료가 배추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김치 형태는 18세기 고추가 상용화되면서 나타났다. 그러나 김치의 시작은 그보다 더 옛날인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건조를 통해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채소를 저장하기 시작하였다. 추후 소금으로 절여 발효하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과거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사회이므로 비타민과 각종 미네랄을 채소를 통해 섭취하였는데, 한겨울에는 채소를 먹을 수 없어 소금으로 배추를 절여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입동 전후 5일 내외에 김장을 해야 김치가 제 맛을 낸다고 했다. 실제로 따뜻할 때 김장을 하면 김치가 빨리 익어버리고, 기온이 많이 낮을 때 하면 배추나 무가 얼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장하기에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김장은 일평균기온이 4℃이하이고, 일최저기온이 0℃가 유지될 때 가장 좋다고 한다. 김장에 적절한 기온이 있으므로 지역별로 김장 시기가 다르다. 중부지방의 김장 시기가 빠르고 남부지방은 늦다. 지역별 김장의 양념도 다르다. 상대적으로 추운 중부지방은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한다. 그래서 채소 특유의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국물도 많다. 그러나 따뜻한 남부지방은 채소가 무르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짜게 담근다. 소금과 함께 젓국을 많이 쓰고 국물이 거의 없이 진하다.

김장 시기를 주요 도시별로 살펴보면, 1970년대 서울·대전은 11월 말, 부산·인천·광주·울산·대구는 12월이 적기였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한반도 평균기온과 일 최저기온이 상승하면서 이 시기가 변화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오면서 광주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 적절 시기가 3~12일 늦어졌다. 앞으로 21세기 후반에는 주요 도시에서 평균적으로 연평균기온과 겨울철 일 최저기온이 각각 4.0℃, 3.3℃ 상승하여 김장 적기를 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르게 생각하면 겨울이 시작되기 전 김장을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를 일이다.

기상청에서는 최근 30년간 남한·북한의 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급속히 변화하는 한반도 전역의 기후변화 정보를 수록한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전국 시·군·구 단위로 2012년부터 발간하여 제공해오고 있다. 이는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 적응 정책 수립 및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며, 기후정보포털 누리집(www.climate.go.kr)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현재의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서 정책적 노력과 국민 모두의 실천이 어우러져 기후변화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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