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민식이법'볼모 역풍에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요구
민주당 "필리버스터 철회부터" 4+1 공조·주요 법안 처리 강행

선거제도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법안과 이를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전술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 대책을 담은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우선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가 임시방편으로 떠올랐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아 보이고, 더불어민주당과 나머지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칭)은 한국당을 배제한 '4+1' 공조를 통해 주요 법안 의결을 강행할 태세다.

지난달 29일 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199개 안건에 대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도 불리는 필리버스터를 전격 신청, 10일 끝나는 정기국회 내 모든 법안의 처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바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을 볼모 잡아 국회 봉쇄를 시도한 것을 사과하고 원상회복의 길에 나서면 한국당에 아직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충고한다"며 "이 같은 마지막 선의를 거절하면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또 다른 선택과 결단에 의한 국회 운영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정치세력이 연합해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정상화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제안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찬성한 '원포인트 국회'에 대해서는 "우리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본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취소가 있어야 하고, 다시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당이 건설적인 제안마저 필리버스터 수단으로 역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우려는 본회의를 열 경우 민식이법뿐 아니라 패스트트랙 숙려기간이 끝난 '유치원 3법' 등도 자동 상정될 수밖에 없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당은 민주당 측이 제출한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데다, 만일 이 법에 대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경우 남은 정기국회는 한국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만 보다 끝날 수 있다. 한국당 전체 의원 108명이 한 안건에 대해 각자 4시간씩 토론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시간만 해도 총 400시간이 넘어 7일 남짓 남은 정기국회 기간(7×24=168시간)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타 정당의 비판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여당이 불법으로 국회를 봉쇄했다.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불법적인 패스트트랙 지정과 양대 악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철회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더 큰 불법으로 맞서고 있다"며 "지난달 29일 본회의가 열렸다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은 민식이법은 당연히 통과됐을 것이다. 소수 야당에 보장된 필리버스터 권한도 틀어막는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 원내대표 언급처럼 한국당을 뺀 다른 정당과 협상을 본격화해 2020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및 민생 법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의석 축소 규모 등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아직 이견이 적지 않은 만큼,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 '쪼개기 임시국회 개회' 등의 방식으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은 재적 의원 5분의 3(177명) 이상이 찬성하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경우 등인데, 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면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어 해당 법안 처리에 돌입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4+1' 공조를 통해 법안을 처리하려면 표 확보가 우선 순위가 된다"며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 등 검찰 개혁안에 대해 '4+1' 모두를 만족하는 타협안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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