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3호선을 타고 사천시를 지나가면 사천만 쪽 바다에 SPP라고 적힌 대형 크레인이 눈에 띈다. 하지만, 가까이 가 보면 적막이 흐른다. 텅 빈 조선소 터에 크레인 2기만 덩그러니 서 있다. 1기는 이미 팔려나갔다.

SPP조선은 사천시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다음으로 큰 기업이었다. 2004년부터 주로 석유화학제품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만들었는데 약 300척을 건조했다. 세계 10위 조선소로 사천과 통영·고성까지 3곳의 조선소가 운영될 때는 SPP조선 근무 인원이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7500명에 달했다.

잘나가던 이 회사는 2010년부터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컸고, 신규 계열사 투자 실패 등으로 우리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았다.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며 노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5년 동안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으로 회사를 흑자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채권을 쥔 은행들은 회사를 살리지 않았다. 선박을 수주했지만 보증을 서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다. 지역경제를 지키고자 사천시민이 나서 회사를 살리는 운동을 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M&A 시장에 올랐고, 그래도 조선업을 하려는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가격 문제 등으로 매각은 결국 실패했다.

SPP사천조선소 터를 사들인 업체는 건물과 구축물 해체 전문 공사업체다. 업종에 걸맞게 터 정리는 잘했는데 이제 어떤 사업을 할지는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간보고 있는 거다', '땅장사를 하는 거 아니냐'라는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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