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으로 공존하는 세상.' 11월 30일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우려와 달리 혐오 단체들과의 충돌 없이 무사히 행사가 치러진 것이 다행스럽다.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는 경남을 비롯하여 서울·광주·부산·대구 등 다른 지역 퀴어축제 조직위도 참가했고, 주부산미국영사관·국가인권위부산사무소·경남민변 등 30여 기관·단체가 축제를 꾸린 가운데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

도로 점거를 허용하지 않아 끝내 대회가 무산된 부산퀴어문화축제와 달리 경남의 퀴어축제는 경찰의 적극적인 수용과 노력으로 대회가 치러질 수 있었다.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경찰 노고를 인정할 만하다. 그만큼 이번 축제는 경찰 당국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퀴어축제 참여자보다 많은 수의 경찰이 배치되었고, 곳곳에서 경비가 삼엄하여 퀴어축제가 많은 시민과 만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혐오단체들의 준동이 염려되긴 하지만, 앞으로는 축제 안전과 개방성이 모두 구현되도록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기묘하다'라는 뜻의 '퀴어'는 평범함을 인정받고 싶은 성적 소수자들의 욕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성적 소수자들은 다수와 다른 성 정체성을 뒀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축제에서 한 참가자는 성 소수자는 존재 자체가 투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 약자 집단 중 성 소수자만큼 존재조차 통째로 부정당하는 이들은 없다. 퀴어축제에서 다름이 존중되고 차이가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이들과 지척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을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매도하는 보수단체의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2000년대 이후 정치권 일부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성 소수자 언급이 빠진 불충분한 것이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도 성 소수자를 불편하게 여기는 보수층을 의식하여 차별금지법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의 수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법 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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