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팔용농산물도매시장·내서농산물도매시장 입구 한편에 제법 형체를 갖춘 크리스마스트리가 들어섰다. 이곳 사람들은 이를 희망트리라 명명했다. 매해 겨울 창원광장에 우뚝 솟는 그것과 규모 면에서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트리가 들어서고선 하루에도 몇몇이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얘깃거리는 충분하지 싶다.

농산물도매시장에 희망트리가 들어선 것은 '2020년 대도약과 대혁신의 해'를 내건 창원시의 시정 목표와도 관련이 있다. 조금은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창원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비록 작은 힘일지는 모르지만 대도약의 희망을 함께 가져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경제 위기 하면 필자 연배에서 가장 와 닿는 것이 IMF 외환위기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17년에 IMF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이 20년 전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 단합'을 꼽았다고 한다.

1998년 1월 6일을 시작으로 그해 4월까지 진행된 금 모으기 운동에는 국민 349만 명이 참가했는데, 당시 시세로 21억 7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 모였다. 이는 IMF로부터 지원받은 195억 달러의 약 1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예정보다 3년이나 앞당겨진 2001년 8월 IMF 사태가 종료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금 모으기 같은 운동이 지금의 현실에는 맞지 않다 치더라도 사회 응집력으로 국가 경제 위기를 벗어났다는 것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도 한다. 경제 악순환도 인간의 심리가 영향을 미친단다. 또 '희망'은 사람들로 하여금 처한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게 만든다고 한다. 금 모으기 운동도 그렇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여러 활동 역시 '다시 뛰어보자' '우리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 주는 것일 게다. 희망이 싹트고 믿음과 자신감이 만들어지면 얼마든지 지금의 경제 상황을 극복할 동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큰 규모는 아니지만 희망트리가 이곳 사람들에게서부터 작지만 부푼 '희망'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이제 희망을 더욱 널리 퍼트리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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