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대자 참여 눈길
"행사 지속하길"한목소리

◇경찰의 적절한 조치 = 처음으로 경남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날인 지난달 30일 창원광장 남서쪽 도로 사용이 일부 통제됐다. 경찰과 경찰버스가 줄을 지어 구역을 감싸고, 뒤로는 회색 철제 난간이 빈틈없이 길게 이어졌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첫인상은 뜻밖에 차분하네요. 혐오 세력의 물리적 방해가 닿지 않게 공간을 떨어트려 놓았고, 경찰도 꽤 많이 배치된 듯하네요." 창원을 처음 찾았다는 제주퀴어문화축제 관계자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던 다른 지역에서는 혐오가 물리적 폭력으로 번졌다. 일찍이 충돌을 경험한 이들은 이곳 경남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 잔뜩 대비를 했지만, 혐오 발언과 폭력이 퀴어문화축제 공간에 닿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엄하게 통제됐다.

◇다양한 모습의 시민들 = 이날 오전부터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은 겉모습도 다양했다. 무지개보다 더 화려하고 찬란한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이나, 성소수자 연대와 지지 메시지가 함축된 배지로 가득한 가방과 소품을 든 이가 잔뜩이었다. 축제 현장은 서른 개가량 칸막이 공간이 좌우로 줄을 잇고, 세 개 차로 공간으로 인파가 오갔다. 경직된 표정의 바깥과는 사뭇 달랐다.

◇사진·영상 촬영 금지 =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기자 촬영과 취재에 앞서 '동의 없이 참가자의 얼굴 또는 신체 일부 등의 촬영을 금지합니다' 라거나 '촬영물을 언론보도에 사용하실 때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모자이크 하여 주시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게 촬영해주십시오' 같은 문구가 적힌 서약서에 서명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성적 소수자 인권)도 상기 시켰다.

부스 한 곳에 자리를 잡은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는 〈혐오표현 리포트〉를 배포하면서 현장 감시를 병행했다.

▲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창원중앙점 옆 도로에서 열렸다. 이날 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을 어깨에 두르고 공연을 보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창원중앙점 옆 도로에서 열렸다. 이날 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을 어깨에 두르고 공연을 보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연대와 참여 = 경남녹색당과 정의당 경남도당도 부스를 잡고 지지와 연대를 강조했다. 연대와 지지는 국경조차 넘어섰다. 주부산미국영사관은 아예 부스를 차렸다. 천가방과 스티커 등 물품을 무료로 나눠줬다. 겨자색 털모자를 쓴 우에다 유스케(일본) 씨도 연대 의미로 창원을 처음 찾았다.

"경남권 성소수자가 모일 기회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혼자라는 고립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내가 사는 동네에도 나와 같은 존재,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됩니다."

우에다 씨 바람처럼 이날 축제는 청소년 참가자들이 다수를 이뤘다. 어느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 등 연대자들이 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줬다.

◇시민들의 지지 = 축제를 찾은 시민들도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이서분(창원) 씨는 "일반의 상식적인 행사가 되면 좋은데 외부에서 특별한 행사로 비추는 게 아쉽다. 평상시에도 이들 목소리가 들리길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런 장이 지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에서 교사로 일하는 고영주 씨도 자녀를 데리고 축제를 찾았다. 그는 "학교에 숨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있다. 교내 인권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 인식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축제 현장에 더 많은 청소년이 찾길 바라고, 나아가 혐오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힘을 줬다. 무대 한쪽에는 축제 시작부터 끝까지 수화통역사가 자리를 지키며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축제를 즐기도록 도왔다.

◇행진과 응원 = 오후 4시 1부 공연이 끝나고 거리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 끝에 이들을 기다리던 반대 집회자 일부가 손팻말을 들고 항의를 했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 교회 버스가 행렬 옆으로 지날 때 였다. 버스 안에 탄 이들이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고 손뼉을 쳤다.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이도 있었다. 행진 참가자들은 처음엔 당황했으나, 곧바로 미소와 손 인사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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