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공감 시민들 동참
반대 집회에도 충돌 없어

경남 최초 '퀴어문화축제'가 많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사실상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어우러진 축제였다. 우려했던 마찰도 없었다. 경찰의 집회 관리가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남퀴어문화축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부터 롯데마트 창원중앙점 옆 도로 4차로에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이날 축제에는 동성애·양성애·무성애·성전환 등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성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어린 아이 손을 잡고 부스를 둘러보는 가족도 볼 수 있었다.

축제위원회는 지역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굿즈(관련상품)' 판매 부스 외에도 경남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 평화인권센터, 아수나로 창원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인권 단체 참여 부스를 마련해 '연대'를 강조했다.

주부산미국영사관은 'LGBTI RIGHTS = HUMAN RIGHTS'(성소수자 권리=기본적 인권)가 적힌 가방 200여 개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행사장에서 창원광장까지 왕복 2㎞ 구간을 1시간 30분 동안 행진했다.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대구·부산·제주·인천·광주·전북 전주 등으로 확산했다. 경남에서는 지난 1월 경남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발족해 이번에 처음으로 축제가 열렸다.

이민규(가명)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행사 전날 준비하면서 설렘과 변화의 기대감이 있었다. 다른 지역의 퀴어축제에서 연대 발언은 했었지만, 나고 자란 고향에서 당당히 축제 선언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축제에서는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할 때 행사의 특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사진을 찍다가 축제 참가자들로부터 사진을 찍지 말라는 요청을 받는 장면이 수 차례 목격되었다. 앞으로 시민들이 퀴어문화축제 취지와 특성을 이해하도록, 홍보·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었다.

이날 창원광장 건너편 도로에서는 바른가치수호 경남도민연합 등 종교·보수단체가 오후 1시부터 집회를 열었다.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등 종교·보수단체는 성산아트홀 인근 도로에서 '퀴어 퍼레이드 반대 경남 대성회'를 열었다.

그러나 축제 장소와 반대 집회 장소는 창원광장을 사이에 두고 300m 이상 떨어져 있어 마찰은 없었다.

이 집회에는 도내 18개 시·군 기독교 신자 약 5000명이 참여해 "동성애는 후천적인 선택이자 질병"이라며 "치유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집회에는 이언주(무소속·경기 광명을)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기독교인)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을 사랑한다. 다만, 그 행위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옳지 않은 행위를 비판할 자유가 있음에도 우리 주장을 혐오라고 매도하며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도'와 '억압'의 근거는 말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양측 충돌을 막고자 축제 행사장과 반대 집회 장소, 창원광장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19개 상설 중대·6개 여경 중대 등 1400명 인력을 배치했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로 축제 장소와 반대집회 장소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생겨 서로 행사에 방해를 받지 않았고, 불필요한 마찰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집회 참가자 중 '동성애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국민이 반대한다'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 일부가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인근까지 접근했다가 경찰이 막아서 되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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