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개 안건 전체에 신청…민주 "민생 볼모 정치폭거"
여, 야4당과 '패트'등 처리할 방침이지만 낙관 못해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198개 안건 전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정국이 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현안을 볼모로 한 반민주적이고 반국민적인 정치적 폭거"라고 한국당을 맹비난하는 한편,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소위 '4+1' 공조를 강화해 공직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포함한 주요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태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가공할 만한 정치기획"이라며 "한국당과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다. 민생대개혁을 원하는 정당, 정치세력과 함께 최대한 신속하게 이 사태를 정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본회의 상정 예정이던,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위한 '유치원 3법'과 어린이 교통안전 대책을 담은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의 무산 책임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당은 '민식이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야당의 최소한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킨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이 바로 민식이법을 막은 것이다. 우리는 독재 악법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을 막기 위한 '저항의 대장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도 불리는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시간 제한 없이 특정 안건에 토론을 펼치는 것으로 토론 종료 전까지 표결을 할 수 없다. 애초 한국당 방침대로 의원 1명당 4시간씩 토론을 했다면 29일 본회의 198개 안건에 대해 108명의 의원이 총 8만 시간 이상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셈인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240시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론적으론 모든 안건 저지가 가능하다.

▲ 멈춰버린 국회. /연합뉴스
▲ 멈춰버린 국회. /연합뉴스

한국당의 '기습'에 허를 찔린 민주당은 그러나 안건 처리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은 토론에 나설 의원이 더 없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177명) 이상이 찬성하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세 경우이다. 앞의 두 가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마지막 수단은 번거롭지만 회기를 짧게 나누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하나의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면 다음 임시국회에서 이 안건을 곧바로 표결해야 하는 만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지속하더라도 회기마다 최소 1건의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민주당과 야 4당이 주력하고 있는 선거법 개정을 비롯해 공수처 도입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각각의 안건에 '필리버스터-회기 및 토론 종결-임시국회 개회 및 표결' 형태로 여러 차례 임시국회가 열려야 한다.

지역구 의석 감축 규모, 연동률, 의원 정수 등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 5당의 이견과 국민 여론도 변수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후 신속하게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법을 처리하려면 한국당을 뺀 5당의 합의안 도출이 필수인데, 여전히 지역구 의석을 현행 253석에서 얼마나 줄이느냐, 연동률은 몇%로 할 것인가, 의원정수를 늘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패스트트랙 법안 우선 처리에 나설 경우 "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았다"고 비판하는 민주당과 야 4당이 민생법안보다 공수처안 등을 더 우선시하게 되는 셈이어서 여론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 관계자는 "집권 여당이 당리당략에 치우쳐 민생법안을 뒤로 한 채 패스트트랙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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