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물 활용해 맛 냈지만 인위적이고 비슷한 느낌 한계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빵집과 성지순례 합성어)'가 유행이다. 처음에는 전국구에서 시작해 이제는 광역시·도, 동네로 세분화됐다. 사람들은 유달리 맛있거나 다른 곳에는 없는 특색있는 빵을 찾는다. 또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빵도 인기다. 경남만 해도 통영 꿀빵, 창원 주남오리빵·단감빵, 진해 벚꽃빵, 고성 공룡빵, 함안 불빵, 진주 유등빵, 밀양 대추빵, 거제 몽돌빵, 양산 삽량빵, 창녕 마늘양파빵, 남해 흑마늘빵, 하동 녹차찐빵…. 다 먹어보지 않아 맛 평가는 어렵지만 사진으로 보니 왠지 '아는 맛' 같아 보인다. 물리적 시간 때문에 창원지역의 특산품 빵만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뒤늦게 진해 거북이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함께 하지 못했다.)

▲ 창원 특산품으로 만든 빵. 왼쪽부터 주남오리빵, 단감빵, 벚꽃빵. /김해수 기자
▲ 창원 특산품으로 만든 빵. 왼쪽부터 주남오리빵, 단감빵, 벚꽃빵. /김해수 기자

특산품 빵은 낱개로 판매되지 않는다. 한 박스 당 최소 6개부터 최대 20개까지 포장돼 있다. 아무래도 현지인보다는 외지인이 사거나 현지인이 선물용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가격은 창원 주남오리빵(10개) 1만 원, 단감빵(6개) 9000원, 벚꽃빵(10개) 1만 원이다. 외부 포장은 창원 주남오리빵이 돋보였다. 손잡이가 노란 오리로 귀여웠다. 벚꽃빵 내부 포장지에는 벚꽃이 찍혀있었다.

▲ 주남오리빵. /김해수 기자
▲ 주남오리빵. /김해수 기자
▲ 창원 단감빵. /김해수 기자
▲ 창원 단감빵. /김해수 기자

김민지: 빵을 간단히 소개하면 지난 2015년 주남오리빵이랑 단감빵은 창원시와 대한제과협회 창원시지부가 공동 개발했다. 주남오리빵은 주남저수지의 대표 철새인 오리를 귀엽게 형상화한 제품이다. 어린이를 위한 바나나 맛과 중장년층을 겨냥한 견과류 맛 두 가지가 있다. 단감빵은 생산량 전국 1위인 창원단감을 활용했다. 부드러운 팬케이크에 단감 말랭이를 이용한 페이스트를 가미했다고 한다. 진해 벚꽃빵은 진해 토박이 삼형제가 연구 끝에 지난 2006년 개발했다. 빵 모양이 벚꽃이고 벚꽃 농축액과 향을 더한 분홍색 앙금이 빵안에 들어가 있다. 벚꽃빵과 더불어 인기있는 벚꽃크림치즈타르트는 벚꽃모양 타르트 속에 크림치즈와 슈크림이 있다.

이서후: 사실 지역 특산품 빵이 겉만 다르지 속은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근데 벚꽃빵은 모양도 예쁘고 특색있다.

김해수: 대학시절 진해군항제가 열리면 꼭 벚꽃빵을 샀다. 축제 기간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서후: 보통 이런 빵은 자기가 먹기보다는 선물용으로 사지 않나?

김해수: 그러긴 한데 벚꽃빵은 모양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

김민지: (빵을 반으로 자르니 분홍색 앙금이 나타났다) 은은한 벚꽃향이 나고 색도 앙금이 분홍색으로 물든 것 같이 예쁘다.

김해수: 벚꽃빵은 그냥 딱 봐도 정체성이 분명하다. 특히 군항제라는 효과를 타고 지역 특산품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끌기 충분해 보인다.

김민지: 단감빵 맛과 모양은 어때.

김해수: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도라에몽이 먹던 도라야키가 떠오른다. 모양과 맛이 비슷하다.

김민지: 빵이 두터워서 단감 맛이 잘 안 난다.

김해수: (단감 맛보다는)팥맛이 좀 더 많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서후: 빵이 부드럽고 목 넘김이 편해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다.

김해수: 동네 빵집이나 일반 제과점에서 단감빵을 팔면 맛있다고 했을 텐데 창원시 공식 특산품이라 기대감이 커 약간 실망스럽다.

김민지: 주남오리빵은 두 가지 맛이다. 하나는 바나나 맛, 또 다른 하나는 견과류 맛.

김해수: 어디서 먹어본 것 같은데 입에 맞다. (바나나 맛이)맛있다.

이서후: 오리형태를 포기하고 맛을 잡았다(?)고 봐야 하나.

김민지: 포장은 예쁜 것 같다. (포장지를 자세히보니) 하하하! 바나나 맛이 암컷이고 견과류 맛이 수컷이다.

이서후: 뭐가 다르나.

김민지: 암컷 색깔이 노랗고 수컷 색깔은 갈색이다. 모양은 똑같고.

이서후: 내 입맛엔 약간 퍽퍽한 느낌이다.

김민지: 바나나 맛에는 앙금이 있고 견과류 맛에는 앙금이 없는데, 바나나 맛 앙금이 너무 적게 든 거 같다.

김해수: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안 넣어도 될 것 같은데 빵 맛이 좋아서.

김민지: 각자 베스트를 꼽아보자. 개인적으로 사먹는다면 난 주남오리빵 견과류맛, 선물용으로는 벚꽃빵.

▲ 진해 벚꽃빵. /김해수 기자
▲ 진해 벚꽃빵. /김해수 기자
▲ 벚꽃 크림치즈타르트. /김해수 기자
▲ 벚꽃 크림치즈타르트. /김해수 기자

김해수: 벚꽃빵 모양이 압도적이다. 딴 거는 자르면 다 똑같은데 벚꽃빵은 분홍색 앙금이 들었고 향과 맛도 좋다. 선물용으로 산다면 벚꽃빵, 그리고 주남오리빵 바나나 맛은 개인적으로 사서 먹을 만하다.

이서후: 나도 선물용으로 벚꽃빵이 좋을 것 같다. 단감빵은 빵 식감이 부드럽고 안에 단감 말랭이가 들어 달아서 좋다. 근데 두 개 이상은 못 먹을 것 같다.

김민지: 지역 빵, 지역 특산품 빵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가 있더라. <한국일보>, <연합뉴스>에 난 기사를 봤는데 '겉모습만 차이를 보였을 뿐 맛이나 식감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밀가루 또는 쌀이나 보리 반죽에 단팥이나 특산 농산물의 앙금이나 잼을 소로 넣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으로, 발효 빵보다는 풀빵에 가깝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해수: 하나가 잘 되면 (진진한 고민과 노력없이)우리도 저거 해볼까라는 발상이 문제이지 않을까.

이서후: 통영 꿀빵은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해도 먹을 수 있어 예로부터 어부와 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다.

김민지: 맞다. 각 지자체에서 인위적으로 특산품을 만들려고 하니 우후죽순 나올 수 밖에 없다. 기획과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지자체에서 공모 형태로 지역민에게 아이디어를 받으면 좋은 빵이 태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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