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에 과하게 의존해 몰락
변화·미래 준비하는 창원 만들자

증기선이 중요 교통수단이던 18~19세기 디트로이트는 물류와 공업의 중심지로서 미시간주 최대 도시, 미국의 대표 도시 중 하나였다.

특히 컨베이어벨트 도입으로 자동화 대량생산이라는 생산 혁신을 가져온 '포디즘(Fordism)'의 본산인 포드 자동차가 1903년 디트로이트에 공장을 설립하고, 뒤이어 GM·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 본사 모두가 같은 도시에 자리 잡으면서 세계 자동차 산업 메카 디트로이트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산업도시를 처참한 유령도시로 추락시킬 시한폭탄의 초침이 도처에서 째깍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한 인종차별 노골화 △자동차 빅메이커들의 연비 향상 및 부품 혁신 대응 미흡 △디트로이트시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자동차 노조에 대한 과도한 지원 등이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밑바탕부터 서서히 흔들렸고 이곳 실업률은 증가 일로를 걷게 됐다. 이는 소비 하락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연쇄 영향을 낳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디트로이트는 185억 달러(약 21조 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미국 지방자치단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 주인공이 됐다.

사실 필자는 지금 막 디트로이트를 벗어난 차 안에서 이 글을 적고 있다. 우리 창원의 미래 산업 먹거리 마련을 위해 시장을 모시고 북미권 도시들을 방문하던 중에 틈을 내어 디트로이트를 찾은 것이었다. 창원의 산업혁신을 담당하는 과장으로서 디트로이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직접 보고 듣고 싶었다.

다행히 지금의 디트로이트는 세계적인 복고 열풍을 새로운 동력원으로 삼아 서서히 활력을 되찾고 있었다. 2년 전 개통한 지상 전철 'Q라인'의 산뜻한 외관이 경쾌한 도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었고, 오랜 먼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단장 중인 빌딩들을 시내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2011년 디트로이트에서 시계 제작으로 재창업에 성공하여 당당히 '메이드 인 디트로이트'가 박힌 시계로 주목받는 '시놀라사'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확실히 지금 디트로이트에는 희망의 빛이 드리우고 있었고 이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인공이 디트로이트이며, 싫든 좋든 뼈아픈 시행착오의 경험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도시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 디트로이트의 숙명처럼 보인다.

디트로이트 몰락의 요인들을 되짚어 올라가면 결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의존'이 근본적 원인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본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수한 역사적 사례를 망각하고 변화와 미래에 대한 준비에 둔감했던 탓에 디트로이트 역시 그 무수한 도시 쇠락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이리라.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이번 북미 출장을 통해 캐나다 워털루대학과 한국전기연구원의 AI 공동연구 협약이 있었고,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와 스마트 의료산업 육성도 약속했다. 이들 성과를 안고 창원으로 돌아가 우리 지역의 미래 산업을 폭넓고 두텁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힘차게 액셀 페달을 밟으며 나지막이 외쳐본다. '디트로이트의 부활에 축복을, 창원의 설레는 미래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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