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과 함께 동고동락한 지가 벌써 5년이 되었다. 센터에서는 자원봉사자와 이주여성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자주 찾아오고, 같이 점심도 먹고 설거지도 해주며,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나눠 먹으면서 수다로 친해지기도 한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결혼이주여성들과 생활하다 보니 좀 부족한 언어도 쉽게 들리고, 자녀·남편 문제 등 고민 상담도 편안하게 해준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나도 직업병이 생긴 것 같다. 이주여성과 식당에 가서 식사할 때 주인이 어리다고 또는 편하게 해준다고 반말을 한다던가, 차별하는 발언을 듣게 되면 괜히 화가 나서 살짝 먼저 일어난다. 거리를 지나갈 때 피부색이 다른 이주여성을 보고 술 취한 중년남성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한국에 와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할 때는 술 먹은 사람과 괜히 싸울 수 없어서 혼자서 씩씩거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주민이 200만 명에 달하는 다문화 국가에 초 근접했다고 한다. 마트·버스·식당 등에서 이주민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나와 무관하거나, 이질감을 두는 것 같다.

나는 많은 업무 중에서 다문화 인식 개선 강의를 나가는 것이 참 재밌다. 강의를 갈 때면 한국 사람들은 정말 다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관심이 있다면 우호적으로 도움을 주려고만 하지, 평등하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에게 침해받지 않을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는 천부인권 사상이 있다. 과연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이주민들이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계속 받아야만 하는 걸까.

우리도 다문화 국가를 맞아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둬야 할 때다.

가끔은 마음 아픈 사연을 듣게 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외부기관에서 주는 지원금을 소개해 주기도 하지만, 챙겨주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는 마음 한구석은 서운함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수혜자의 답변까지도 나의 프레임에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약자의 입장에서 이해해준다. 우리도 한반도만 벗어나면 소수인종이지 않던가. 앞으로도 계속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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