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대상 고등학교 홍보 휘황찬란
현실 말해주고 용기 길러주는 학교로

눈앞에 두 마리 토끼가 나타나면? 누구나 두 마리 모두 잡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사람 보고 놀란 토끼는 빠르게 도망치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요? 인생을 좀 더 많이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원 취업, 진학 보장' '우리는 두 마리 토끼뿐만 아니라 세 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습니다.' 학교 홍보차 중학교를 방문한 고등학교 교사들이 은연중에 하는 말입니다. 자기 학교에서는 두 마리 토끼 잡는 방법 가르쳐 줄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마저 내비칩니다. 책상 위에 살며시 얹어 놓은 안내 책자 읽어보면 확신은 더해집니다.

매해 이맘때가 되면 아주 많은 고등학교에서 중3 학생들을 찾아옵니다. 올해엔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아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과 연이어 상담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이라 최대한 신중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어떤 학교는 '최근 수도권 대학 입시 결과'를 표로 만들어 제시해줍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에는 기준은 잘 모르지만, 대학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졸업생이나 졸업 예정 학생이 선택한 학과도 자세하게 보여 줍니다. 물론 성만 나와 있고 이름은 ○○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인 서울(In Seoul)'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 명단입니다.

다음 장은 '최근 교육대학 및 국립대학 입시 결과'입니다. 이곳에도 마찬가지로 학교 서열이 나옵니다. 다음은 장학생 현황입니다. 거의 모든 학생이 장학금 혜택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여기도 장학금 종류와 금액, 그리고 받은 사람 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장학금 혜택받아 고등학교 다닌 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학교에 찾아온 '예비 선배' 얘기를 듣고, 책자에 있는 수치까지 확인한 아이들은 눈동자가 휘둥그레집니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단 생각에 이리 몰렸다, 저리 몰렸다 우왕좌왕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적어도 책자만 봐서는 그렇단 얘깁니다.

하지만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모든 학교 홍보물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고등학교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 학력 향상을 위해 최선 다하는 학교입니다. 꿈과 끼를 찾아준다고 자랑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동아리 활동과 즐거운 스포츠 활동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행복한 책 읽기 활동도 강조합니다. 이른바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 진학은 물론이고 공무원이 될 수 있고, 대기업·중소기업도 취직할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안내 책자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모두에게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는 걸까요?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겐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대학 졸업과 취업, 그리고 사회 진출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이제 중학교를 갓 졸업할 아이들에게 사회 현실의 어려움 다 얘기해줄 순 없지만 그래도 무조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습니다.

'우리 학교는 무엇보다 먼저 행복하게 사는 법 가르쳐 줍니다.' '척박한 사회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 주고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길러줍니다.' '취직하면 노조에 가입해 당당한 노동자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법 가르쳐 주는 특성화고등학교입니다.'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그 진실에 최대한 접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학교가 조금 더 많아져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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