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은 입학사정관 전문화 평가기준도 명확히 공개를
대학통합 네트워크 구축해 교명 공유·공동 입학 제안
출신대학 차별금지법 포함 사회불평등 전체개혁 필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에서 시작된 대입 공정성 확보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되고 있다. 대입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공정성 논란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정시 비중 확대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고, 교육부는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대입 전형에 대한 '미세 조정' 정도로는 대입 제도를 제대로 개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나아가 대학 무상교육, 대학 서열화 해소, 취업에서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 닥친 대입 전형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중장기적으로 교육 체제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지를 교육 전문가를 통해 모색해봤다.

▲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공동 주최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공동 주최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종 공정성 확보 방안 = 학종을 담당하는 입학사정관 단체인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측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입학사정관들의 엄격한 자격 기준이 필요하다. 전문 역량을 갖출 수 있게 전문 자격화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전임 사정관 비율을 대학 내 교수가 하는 위촉사정관 비율보다 높여나가야 한다. 현재 위촉 사정관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종에 대한 평가 기준도 대학이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승 경남도교육청 경남대입정보센터 장학사는 "대학이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학종에 대한 평가기준을 명확히 해서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합격, 불합격 이유를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대입제도의 본질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서열화 체제가 공고한 현재의 상황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대입 전형을 고쳐나가는 부분만으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 정책국장은 "대입 제도 개편 논의는 최근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입시 특혜 의혹에서 유발된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다. 부모가 특권층이면, 자녀도 이를 물려받는 부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소, 완화하고자 대통령이 정시 비중 확대를 꺼냈지만, 결국 입시를 미세조정 하더라도 특정지역, 고소득 계층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학 서열화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해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추진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몇몇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입시에 매몰되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10월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를 제도적으로 통합해서 통합된 틀 안에서 자율성을 주는 1단계, 권역별 거점국립대, 지역중심 국립대 공영형 사립대 등을 인적, 물적으로 공유하는 2단계, 2단계 형태에서 독립형 사립대를 더하는 3단계 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예를 들면 기존 국립대를 국립한국1대학부터 10대학으로 하는 방법이다. 아예 1부터 10까지 숫자도 없애서 같은 이름으로 두자는 안도 있다. 이들 대학들이 공동으로 입학하고, 졸업장도 동일하게 줘서 서열화 체제를 깨트려 가자는 것이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 9월 '사회 불평등 구조와 대학정책 방향'에 대한 한국대학학회 심포지엄에서 대학을 균등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거점국립대를 묶는 방법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고등교육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려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처럼 대학을 균등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자신이 사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다른 대학에 뒤떨어지지 않는 대학이라면 굳이 비싼 사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고, 서울 강남으로 몰려들지 않아도 된다. 거점국립대를 하나로 묶어 운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정지원에서도 (대학별)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육성해 대학을 살리고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대학 무상교육까지 =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대학통합네트워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학 무상교육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비 부담 없이 누구나 원할 때 대학을 갈 수 있게 된다면, 노동시장에서 학력 간 임금격차를 줄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고교 무상 교육은 곧 완성이 된다. 이제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재정과 함께 대학 무상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하려면 연간 20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국가근로장학금 규모 등을 확대하면 5조 원 이상이 확보되기에 15조 원 예산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며 "대학 무상교육이 실현되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대학 졸업자들이 혜택을 받지 않은 고졸자와의 임금 격차를 줄인다고 했을 때 저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불평등 해소 방안 = 김영석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대학 서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출신대학(학벌)차별금지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입 제도만 바꿔서는 안 된다. 대학 서열화 완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출신대학차별금지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최근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실태 및 연구성과'에서 2017년 7월 이후 공공 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1년간 진행한 결과, 지역대학 출신, 여성, 비수도권 출신 신입사원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상 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최근 대학 입시에서 고른기회전형을 확대하고, 교육 공정성 지표 개발 계획 등도 교육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른기회전형은 고등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자 마련한 특별전형으로 국가보훈대상자, 만학보, 지역인재, 장애인, 농어촌학생, 서해5도 학생, 특성화고 졸업자, 특성화고 졸업한 재직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 등이 지원대상이다. 2019년 현재 입학생 대비 11.1% 수준이다.

교육 공정성 지표는 '엄마 찬스', '아빠 찬스' 등 부모에 따른 불평등, 불공정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논의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국회가 '특권 대물림 교육 지표 조사 법제화'를 서둘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석 교수는 "직업 간 소득 불균형 해소, 출신학교 차별 금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식 등을 통해 대학 상향평준화 등이 전체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어느 한 제도를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