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한 아파트 주민 다수가 인근에 들어설 여성 청소년 쉼터를 반대했다. 1200명이 서명해 쉼터 이전을 창원시에 요구했다고 한다.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 아이 학업이 걱정된다"가 이유였다.

청소년 쉼터가 기피 시설이 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정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에게는 '불량', '비행'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런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을 거스르고 쉼터를 반긴다는 주민이 있었겠지만, 전면에 나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창원해양경찰서 청사 신축을 두고 조망권 재산을 침해한다며 층수 변경을 요구했다. 마산만 한편에 자리를 잡은 이 고층 아파트는 옛 마산지역 주민들의 바다 조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쓴소리를 들어왔던 곳이다. 역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주민은 없었다.

100만 인구 창원시에 공동주택은 24만 가구에 이른다. 재건축·재개발로 새로 생길 아파트를 합치면 그 수는 늘어난다.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한 정당한 행정이 아파트 집단 이기주의에 가로막히는 일도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아파트는 위치가 도심인지 외곽인지, 대형 건설사 브랜드는 달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이는 일종의 서열이 된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공공임대 아파트 브랜드에 '거지'를 붙여 만든 줄임말로 '휴거'가 쓰인 지 오래다. '빌거(빌라 사는 거지)', '월거(월세 사는 거지)', '전거(전세 사는 거지)' 등으로 세분화하기까지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내가 타는 차량, 내가 입는 옷으로 계급이 결정되는 도시. 아파트 공동체 논의가 창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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