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붕괴 이후 무엇이 변했는가
생활적폐 '안전 부패' 잡기 최선을

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저녁, 경악스러운 긴급뉴스가 전국을 뒤덮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무려 507명이 죽고 937명이 다쳤다. 준공한 지 6년밖에 안 된 이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지는 데 든 시간은 불과 20초였다. 성수대교 붕괴 8개월(1994년 10월 21일) 만에 생긴 사고여서 충격이 더 컸다. 붕괴 이유로 이말 저말이 있었지만 본질은 부패였다. 국내는 말할 것 없고 바깥 나라의 평가도 냉혹했다.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은 건축공학사의 충격' '한국기업이 시공한 해외건물 믿을 수 있나' 등 참담한 외신이 한동안 쏟아졌다.

사고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건물안전평가제도가 만들어졌고 긴급구조체계도 재정비되었다. 119중앙구조대 등 사고 전보다 월등한 수준의 안전시스템이 갖춰졌고, 안전사고 관련자 처벌도 한층 엄중해졌다. 하지만 지금도 잊을만하면 터지는 것이 안전사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3월 안전대책에 나섰다. 접근 방향이 이례적이었다. 안전 문제를 부패로 규정하고 갑질·채용비리 등과 함께 9대 생활 적폐에 포함했다. 적절한 판단이다. 안전사고 대부분은 부패가 원인이었다. 안전사고 원인을 부패로 본 만큼 정부는 공공기관 감사실에 안전 감찰을 주문했고, 각 기관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지난해 LH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크고 작은 것 합쳐 모두 268건이었다. 426개 건설 현장에 상시근무자 4만 2000명이란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다 해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긴장의 끈을 더욱 다 잡아야한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일반적 조치는 징벌 강화이지만 우리 LH는 시스템 개선에 눈을 돌렸다. 먼저 싱가포르 주롱도시공사 등 안전시스템을 잘 갖춘 기관의 장단점과 관리 실태를 파악했다. 건설안전을 비롯해 재난·소방·시설물 분야의 전문가 지식과 경험도 배우고 분석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LH 맞춤형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최종적으로는 지속적인 안전전문가 양성을 위해 경상대학교와 함께 대학원 건설안전 과정을 창설했다. 시작은 안전 감찰이었지만 일을 해나가면서 안전인식 전환 및 확산 등 폭넓은 성과를 얻었다.

안전부패의 가장 흔한 사례는 안전관리비를 안전에 사용하지 않고 허위 변조해 돈을 편취하는 행위다. 이 경우는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였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고쳤다.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를 보완했다. 건설 현장 안전사고 발생률은 일용직이 높고, 특히 외국인노동자들이 사고에 취약하다. 이들을 위해 다양한 안전교육(VR+3D)시스템을 도입했고 외국어 안전문구 등 지원체계를 바꾸었다. 그밖에 사람에 따라 시스템이 바뀌지 않도록 필요한 것들을 제도화했다.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안전사고의 속성상 성급히 평가할 수도 없다.

다시 삼풍백화점의 기억을 소환한다. 건물주는 제멋대로 규모를 확장했고, 무책임한 건설사의 시공은 부실했고, 부패한 공무원은 뒷돈으로 눈을 감았다. 붕괴 전 균열을 확인한 전문가의 진단이 있었지만 하루 매출 5억 원이 탐나 영업은 계속됐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만연된 부패와 배금주의가 낳은 예고된 참사였다. 24년이 지났다. 변해야 한다고 했던 우리는 변했는가? 고칠 것은 고쳤고 바꿀 것은 바꾸었는가? 우리는 정녕 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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