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합의한 패트 숙려기간 종료
지역구 의석 조정 이견에 혼란
한국당 일각 협상불가피론 제기

지난 4월 논란 끝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던 선거제도 개편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부의는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이 가능한 의미로, 국회법상 소관 상임위원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숙려기간이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표결 시점은 12월 초·중순이 유력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일을 12월 3일로 못 박은 데다, 여권도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12월 17일 전까지 선거법을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한 까닭이다.

문제는 선거법 세부 내용이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바탕한 지역구 축소(253→225석) 및 비례대표 증원(47→75석) 안은 성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가칭)이 호남지역 의석 축소에 반발하면서 애초 합의안의 상정과 표결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안대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면 부결된다"며 "지역구가 28석 사라지게 되는데 (사라지는 지역구가) 어디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지역구 의석의) 무조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지역구 대 비례 의석 비율을 '240 대 60' 또는 '250 대 50'으로 조정하거나, '250 대 50'이되 기존 준연동형(50% 연동률 적용)이 아닌 100% 연동률을 적용하는 안 등인데, 모두 제각각 이견이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 가령 '240대 60'안은 호남 쪽 의원들 반대를 무마하기 어렵고, '250 대 50'안은 비례 의석 확대에 사활을 건 정의당이 받을 수 없다. 또 '250 대 50' 및 100% 연동률 적용안은 자칫 비례 의석을 하나도 못 건질 수 있는 민주당이 문제다. 민주당 정당 득표율을 대략 40%로 가정했을 때, 연동률 100%를 적용하면 민주당에 배정되는 의석은 총 120석(300×40/100)이 되는데 지역구에서 확보 가능한 의석이 120석 이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단식투쟁으로 상징되는 한국당 저항도 변수일 수밖에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6일 황 대표 단식농성 텐트 옆에서 진행한 원내대책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27일 본회의 부의는 불법이며, 원천무효"라며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다섯 단계까지 불법을 획책한 여당과 일부 야당이 이번에는 여섯 번째 불법을 저지르려 한다. 이 불법 다단계 폭거를 언제쯤 멈추고 의회민주주의로 돌아올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한국당 고민은 선거법 개정을 저지할 실질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대안신당을 포함한 여야 5당 합의안을 만들 가능성이 큰데, 이들 전체 의석은 160석이 넘는다. 반면 한국당은 유승민·오신환 의원 중심의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에 우리공화당 의원, 보수 성향 무소속 의원 등과 힘을 합쳐도 130석이 되지 않는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협상 불가피론도 흘러나온다. 현실성 없는 당론인 '의원 정수 270석 축소 및 비례대표 폐지안'을 거둬들이고, 지역구 축소와 연동률 적용을 최소화한 안으로 협상에 나서자는 의견이다.

만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5당이 '250 대 50' 수준에서 연동률 50% 이하 안으로 접점을 찾는다면, 한국당도 흔쾌하지는 않으나 속수무책 패배를 피할 수 있는 협상 여지가 생긴다.

선거법 강행 처리가 부담인 민주당도 한국당과 최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어서,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6당의 막판 대타협 가능성도 실낱같지만 없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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