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부부 좋은 집 찾아 소개
그 주인 생활과 일상의 힘 담겨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달렸다. 우리에게,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최근에 드라마 두 편을 봤는데 공교롭게도 집 이야기다. 하나는 영화 <우리집>이고 하나는 KBS드라마 스페셜 <집우집주>다. 드라마들은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었다.

<우리집>은 집이 있는 아이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집의 자매가 겪는 집 지키기 모험을 다룬 얘기다.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어느 부부가 급히 떠난 곳에 남은 텐트. 아이 셋은 텐트에 나란히 누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가 우리집이었으면 좋겠다." 배고픔을 해소하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곳. 이이들에게 진정한 집의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집우집주>는 결혼을 앞둔 여성건축가 이야기로 위선과 허세로 채운 집의 불편함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집의 의미를 생각게 한 드라마다.

▲ 책 <집을 위한 인문학> 표지.
▲ 책 <집을 위한 인문학> 표지.

두 편의 드라마를 며칠 사이로 봤던 터라 신문사로 배달되어 온 이 책 <집을 위한 인문학>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비싼 자재에 자산적 가치가 계속 오르는 집이 아니어도 피곤한 몸을 편안하게 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이게 집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책의 지은이 노은주와 임형남 부부는 책머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것입니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와 생활의 흔적과 집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깁니다. 혹 사람들이 집을 떠나거나 그 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생각은 그대로 남게 됩니다."

건축가 부부는 그런 집을 찾아다녔다. 책의 첫 장에서 소개한 집, 서울 종로구 평창동 동쪽 언덕에 있는 집 '요산요수'. 이 집은 가족 각각의 요구에 맞춰진 구조로 짜였다. 고양이, 개와 함께 지내기 편한 아내의 공간과 작지만, 수영을 할 수 있는 남편의 풀장, 그리고 작은 뜰과 2층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 침실에서 문을 열면 멀리 북한산이 풀장의 물에 아른거리며 비치는 풍경이 있는 집. 진정 삶을 즐기는 이의 집이 아닐 수 없다.

손때와 추억이 묻어있는 집은 어떨까? 사실 이런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도 나이테가 겹겹인 세월을 살아온 사람에겐 특히. 저자는 집을 설계할 때 '좋은 집은 어떤 집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단다. 저자 부부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일터와 가까운 집'. 하긴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어찌 정답이 있으랴. 그래서 저자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좋은 집은 늘 머릿속에 있다."(32쪽)

▲ 경북 영주 부석사 입구 언덕에 지어진 허름한 집 한 채. 건축가인 저자는 이 집이야말로 어떤 작위나 허세도 없이 오로지 생활과 일상으로 지어낸 집이라며 볼 때마다 감탄한단다. /집을 위한 인문학
▲ 경북 영주 부석사 입구 언덕에 지어진 허름한 집 한 채. 건축가인 저자는 이 집이야말로 어떤 작위나 허세도 없이 오로지 생활과 일상으로 지어낸 집이라며 볼 때마다 감탄한단다. /집을 위한 인문학

책을 쭉 읽어가다 보니 경북 영주 부석사 입구 언덕에 지어진 허름한 집 한 채 소개한 게 눈에 띈다. 이를테면 그냥 '동네 집'일 뿐이다. 이런 집을 건축가인 저자는 마음에 무척 들어, 볼 때마다 넋을 놓고 쳐다본단다. 이유가 이렇다. "이 집이야말로 어떤 작위나 허세도 없이 오로지 생활과 일상의 힘으로 지어낸 집이라고 생각한다."

집은 그 집 주인을 닮는다고 한다. 과연 그런 것 같다. '시인의 집은 시다'란 제목으로 소개한 함성호 시인의 소소재와 '주인의 성품을 닮는다'는 제목으로 소개한 프랑스 현대건축의 기틀을 만든 르 코르뷔지에의 오두막, 그리고 화해와 조화를 꿈꿨던 조선 전기 문인 권벌의 청암정과 충재도 주인을 닮았다고 한다.

집 이야기를 담은 책이 참 많다. 이 책은 여러 집을 찾아다니며 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설명하며 어떤 집에 살고 싶으냐고 묻는 듯하다. 인물과 사상사 펴냄. 282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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