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2개 이으면 활로 6개로 늘어
상대 비집고 돌 잇는 수 고심을

우리나라는 역대로 활과 쇠뇌를 주무기로 하는 수성전에 능했다. 고구려의 안시성이 그랬고 임진왜란 때의 3대 대첩 중 행주대첩과 진주대첩이 그러하다. 모두 수성전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우리나라는 성으로 독자적인 방어선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병자호란에서처럼 성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지나친다면 남한산성에서처럼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바둑도 수성전과 엇비슷하다. 돌과 돌 사이를 튼튼히 해 적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크게 땅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성벽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일정한 간격에 따라 일정하게 돌을 쌓아야 상대가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돌을 아무렇게나 듬성듬성 쌓는다면 상대는 애써 지은 옥토를 유린하고 빠져 나가거나 오히려 제 집인 양 떵떵거리며 살 것이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도 집을 빼앗겨 포로처럼 객지를 떠돌아야 하는 참담한 일이 생기고야 만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바둑에서 초반, 중반, 종반을 아울러 가장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연결이다. 바둑계에서 야전사령관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서봉수 9단은 과거 "바둑은 연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결된 줄 알았던 대마(大馬)가 일순간에 끊어져 몰살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연결이 잘 되어있는 돌은 성벽이 튼튼한 돌이다. 상대의 침입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을뿐더러 역으로 공격도 가능하다. 돌 하나가 바둑판에 놓이면(1선이 아닌 곳) 활로가 네 개뿐이지만 두 개를 연결하면 여섯 개로 늘어난다. 한 수씩 번갈아 놓는 바둑규칙으로 인해 이렇게 활로가 늘어나면 여간해서 잡을 수 없는 돌이 된다. 잡을 수 없는 돌이란 강한 돌이다. 다시 말하면 강한 돌은 잡을 수 없는 돌, 잡을 수 없는 돌은 연결된 돌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일립이전이나 이립삼전의 돌이 연결된 돌이다.

연결과는 반대인 것이 끊음이다. 나의 돌이 끊어지면 공격받기 십상이다. 성벽 사이를 비집고 적군 기마대가 침입하기 용이하다. 송사(宋史)에는 금나라의 기마병 일곱이 송나라의 2000명의 군대를 유린한 기록이 있다. 일곱의 기마병이 송나라 진영을 급습해 초토화시킨 것이다. 송나라 군대는 여러 갈래로 끊어져 우왕좌왕하다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바둑에서 유리한 전투를 전개하려면 나의 돌은 연결하고 상대의 돌은 끊어야 한다. 위 그림의 문제를 보자. 흑 차례로 연결과 끊음의 문제이다. A~E 중 어느 곳이 정답일까. 먼저 어떤 돌과 어떤 돌을 연결할 것인지 생각하고 난 후 연결을 해야 한다.

정답은 A이다. 흑이 A에 두면 연결돼 활로가 여섯 개로 늘고 백은 양분돼 각기 활로가 세 개로 줄어든다. 연결과 동시에 백을 끊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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