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황교안 대표에게 요청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다.

최근 황 대표가 주도하는 인적쇄신을 겨냥한 것인데, 왠지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홍 전 대표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1년간 자신이 이끈 당 꼬락서니를 까맣게 잊은 듯했다.

그는 20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황교안)가 여론으로부터 조롱받기 시작하면 당이 회복하기 힘든 수렁의 늪으로 빠진다"고 했다. 당시 한국당이 딱 그랬다. 오죽하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당 대표 지지 방문마저 사양했을까. 왜 조롱받고 외면당했는지 그 이유도 요즘 홍 전 대표 페이스북에 다 담겨 있다. "흥하는 쇄신이 되려면 쇄신 주체가 도덕적 정당성"(21일 페이스북)이 있어야 하지만, 시도 때도 없는 막말에, 독선과 불통, 측근 챙기기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당 운영으로는 아무런 쇄신도 이루지 못한다"(20일)면서, 자기 뜻과 다른 목소리엔 귀를 닫거나 심지어 '제명'의 칼날을 들이댔다. "쇄신은 측근부터 쳐내는 자기희생이 되어야"(21일)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별 공론 과정 없이 창원시장 후보에 전략공천한 장본인도 홍 전 대표였다.

홍 전 대표는 "24년 동안 험지에서만 정치를 해왔다"(13일)는 뻔뻔한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홍 전 대표가 3번 나와 2번 당선된 서울 동대문 을 국회의원 선거구는 그 전까지 줄곧 한국당 계열 후보가 당선돼온 곳이었고, 또 2012년부터 2번 승리한 경남도지사 선거도 2010년(무소속 김두관)만 제외하고 한국당 계열 후보가 독식을 했었다.

홍 전 대표 같은 이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국당은 "회복하기 힘든 수렁의 늪"에서 더욱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홍 전 대표 본인만 이 사실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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