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사회적기업 수·매출 적어
경남도 지원조례·기금융자 제안

가을의 끝자락, 전국 34곳에서 '작은 영화관 가을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이 대형 영화관이 없거나 적은 중소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영화 한 편 보는 일이 이벤트인 소도시에서 이를 일상으로 만든 것이 작은 영화관이다. 그 지역 문화 수준도 높이고 일자리도 만든다.

'사회적 경제'가 생소하다면 작은 영화관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알고 보면 사회적 경제는 우리 생활 속 가까이에 있었다. 1920년대 농민협동조합, 도시 빈곤층의 두레조합, 1960년대 신용협동조합 운동, 1980년대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그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과 빈부격차, 구조화된 실업 문제,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남겼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경제 개념의 공통원칙을 보면 이해가 쉽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성과 배분을 지분에만 근거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독립된 경제주체가 만든다는 점이다. 요컨대, 사회적 경제는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 가치인 시장경제와는 달리 사회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 중심의 경제'라고 부른다.

경남의 현황은 어떨까. 최근 경남도의회가 발행한 <정책프리즘>에 따르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2017년 말 도내 사회적기업 803개가 운영 중이다. 전국 1만 7922개의 4.5%, 전국 10위 수준이다. 평균 매출액은 2017년 기준 8억 8000만 원으로 전국 평균(19억 5000만 원)의 45.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군별 사회적 경제 기업 수를 보면 2018년 말 기준 창원 247개, 진주 91개, 김해 114개 등이며, 창원과 의령은 약 27배 차이 날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

우선 <정책 프리즘>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국회 계류 중인 사회적 경제 관련 3법(사회적경제기본법·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우선구매 및 판로촉진 특별법·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이 올해가 가기 전에 통과되어야 한다.

경남도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공공구매촉진 지원과 관련한 우선구매의 범위·선정기준·구매실적 평가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또, 서울시에서 민간자금을 합쳐 약 984억 원 규모의 사회투자기금을 만들어 장기·저리로 사회적경제기업과 사업에 투자 중인데, 이러한 기금을 통한 융자사업도 제안한다. 특히,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 방식을 활용한 사회성과보상사업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 사회성과보상사업은 자치단체와 사회적경제 조직이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민관협력 방식의 공공사업으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최근 경남도는 도지사 직속 기구로 사회적경제추진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혁신과 맞물려 경남도 혁신성장의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적 경제는 어렵지 않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차가운 시장 논리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의 경제·사회·문화를 위해 훈훈한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사람과 자본을 모아주는 일이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 전에 작은 영화관에 앉아 사회적 경제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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