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수출규제 이유로 68시간도
52시간제 무력화 가능성 지적

특별연장근로 조건에 '경영상의 사유'를 포함하는 주 52시간제 정부 보완대책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되면 사실상 주 52시간제가 무력화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실제 사례가 제시돼 주목된다.

25일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수도권 한 사업장은 지난달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작업으로 집중 노동이 불가피해지자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았다. 또 다른 사업장은 지난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에칭 가스' 국산화를 위한 작업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아 2개월 동안 최장 주 68시간 노동을 한 바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생긴 사업장에 일정 기간 연장근로시간의 법정 한도(주 12시간)를 넘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최근 노동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상황에 한해 허용하던 특별연장근로를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로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동계는 노동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경영상 사유라는 모호한 개념을 인가 사유에 더하는 것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경영상 사유는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잦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사회적 이슈 관련 사업장은 더 오랜 기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초 특별연장근로는 기간이 1개월을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을 위한 특별연장근로 시에는 3개월까지 연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가 노동자의 파업권 침해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지난 10월 한 사업장은 노조 파업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다. 당시 노동부는 인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경영상 사유를 인가 요건에 포함하면 사측은 노조 파업도 인가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특별연장근로를 경영상 사유로도 쓸 수 있게 되면 남용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올해에만 노동부에 접수된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모두 826건이었고 이 중 787건(95.3%)이 인가를 받았다.

한편, 최근 정부가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으로 특별연장근로 조건에 '경영상 사유'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